폭염이 절정이던 어제(토) 오후, 2일(수) 개봉한 영화 '택시운전사' 의 무대인사를 겸한 상영회차가 있어서 예매해 다녀왔습니다.
덕분에 특별상영에 가까운데도(무대인사가 있으니까) 관람한 좌석의 위치는 나쁘지 않았네요.
주제도 주제고, 영화배우에 밝지 않은 제가 보기에도 주연 배우들이 쟁쟁했다는 생각이 들어 기대했는데, 조금은 기대가 컸던 느낌도 듭니다.
내용적인 불만이라기보단 구성에 대한 불만에 가깝지만 아무튼.
아래에는 1200 x 800 사진 4장이 쓰였으며, 구성이나 옥의 티 같은 것에 대한 불만을 말할 때에는 부득이하게 본편의 내용을 언급합니다.
작품 전체적인 내용을 줄줄 읉진 않습니다만, 여러 부분을 조합하면 작품 내 부분부분에 대한 내용이 파악될 수 있습니다.
다만, 무대인사를 먼저 언급하고 본편 이야기를 합니다. 무대인사쪽 풍경이 궁금하신 분들은 앞부분만 보시면 될거라 생각하네요.
-- 목 차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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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상영전 무대인사까지
2. 영화 자체에 관하여(일부 내용언급 있음)
3. 남은 이야기
1. 상영전 무대인사까지
제가 상영관인 메가박스 코엑스에 도착한건 상영시작 15분 전이었습니다.
이런식의 '무대인사' 가 붙은 영화를 감상하는건 처음이었고, 배우분들의 무대인사가 '상영전' 에 있다고 공지됐기 때문이죠.
하지만 표시된 상영시간인 오후 6시부터, 통상적으론 광고를 틀어주는 시간을 할애해 무대인사를 진행하는 느낌이었습니다.
다만 당시에는 이걸 몰랐으니 말이죠; 이래저래 일찍 와서 여유롭게 움직일 수 있으면 그걸로 된것 같긴 합니다만.
항상 삼성역에서 메가박스 코엑스까지 가는 길은, 천장에 붙어있는 안내표지판이라는 동아줄만 잡고 가는 기분입니다.
이날도 걸어가는데 10분은 걸렸네요.
날이 더워서 그런지 스타필드 코엑스부터 사람이 넘쳐났습니다. 물론 안그래도 사람이 많을 시간대(토요일 오후) 이긴 했겠지만..
메가박스에 도착한 다음엔, 미지근한 상영관 바깥에 머물 이유가 없어서 마침 생긴 입장열에 바로 합류했습니다.
이날 감상한 영화관은 메가박스의 MX관이었습니다. 메가박스가 영상 및 음향 특화관으로 홍보하고 있는 상영관이죠. [바로가기]
다만, 이 상영관에 적용된 Dolby Atmos를 제대로 체험할만한 사운드를 '택시운전사'가 가지고 있진 않아서, 크게 의미는 없었을것 같습니다.
좌석이 넓직해서 좀 편하게 봤다는것 정도는 의미가 있었을지도 모르겠네요. 스크린 밝기나.
입장 직후에 무대를 둘러보니 이렇게 선물 같은걸 놓고 가신 분이 있더군요.
무대인사 시작하기 직전에 스탭으로 보이는 분이 입구 쪽으로 옮겨두시던데, 이 짧은 시간에도 배우 본인들이 오시다 보니 이런게 다 있구나 싶었습니다.
나오신 배우 분들은 송강호, 유해진, 최귀화씨. 다른 한분은 프로듀서라고 하셨는데 이름을 잊어버렸네요.
영화상영 전이다 보니 할 말도 제한적이었을것 같고.. 실제로도 상영시간인 오후 6시 정각부터 약 7분간 머물다 가셨습니다.
영화 보러 와주셔서 고맙고, 잘 부탁드린다는 내용이 대부분이었습니다. 짧은 시간이지만 간단한 경품 추첨시간도 있었고, 짧지만 임펙트가 상당하네요.
2. 영화 자체에 관하여(일부 내용언급 있음)
내용은 이미 홍보된것 처럼 5.18 광주 민주화운동을 다룹니다.
그래서 당시 군부가 광주 시민들에게 자행한 만행들이, 아마 현실이 더하면 더했지 덜하진 않았을것 같지만 비교적 담담하게 보여주고 있습니다.
물론 실제 그려지는 내용은 담담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영상 대신 그 장면을 보는 등장인물들이 관객들을 대신해 분노하고, 허탈해하고, 눈물을 흘려주기에 이런 표현이 맞다고 생각했습니다.
덕분에 지켜보고 있으면, 화면 속 군부의 만행에 대한 분노도 자연스럽게 차오릅니다.
아직까지 멀쩡하게 살아있는 전두환 생각도 막 나고 말이죠.
다만 개인적으론 영화의 영상 구성이 굉장히 서투르다고 느꼈습니다.
뭔가 떠먹기 힘든 요플레를 먹는 기분이랄까, 참 떠먹기 좋은 소재에 배우와 연기도 좋은데 영상이 좀 정리가 안된다는 느낌을 많이 받았습니다.
분명 이것도 보여주고 싶고, 저것도 보여주고 싶었을 겁니다. 하지만 결과적으론 그것들이 단순히 이어져 있을 뿐인, 덕지덕지 붙어있는 느낌이 많이 들었습니다.
한편의 영상, 한편의 영화가 아니라 그냥 다수의 영상이 결합되어 있을 뿐인 영상.
물론 실제로 영화는 수백 수천 컷의 영상들이 합쳐져 만들어집니다만, 그 영상들을 연결하는 방법이 서툴렀다는 의미입니다.
그리고 내용의 가볍고 무거운 정도 조정도 살짝 실패했다고 생각합니다.
분명 소재는 '광주 민주화운동' 이라는, 절대 가벼워지기 힘든 내용입니다.
하지만 여기에 송강호씨 특유의 뻔뻔함(?)으로 군데군데 적지 않은 웃음 코드가 들어가 있습니다.
개인적으론 이게 실패라고 느낀 겁니다.
웃겨줘야 할때 웃기는 정도가 약간 과해서 그 여운이 조금 오래 갔던 느낌. 덕분에 심각한 상황이 와도 살짝 집중하기 힘들었습니다.
물론 실제 광주에서의 일도, 이렇게 1시간 전에 함께 웃던 사람이 아무 이유 없이 총에 맞고 칼에 찔려서 죽어갔겠지요.
영화 전반적으로 제가 느꼈던 어색함 만큼이나 말도 안되게 황당한 상황이었겠지요.
하지만 이걸, 어쨌든 사실을 기반으로 '각색' 해야 할 영화라는 작품이면 조금 더 '웃음코드' 에 대한 고민을 했어야 하지 않나 싶습니다.
제가 보기엔 진지할때 진지한건 그렇다 쳐도 웃을때는 너무 촐랑거리는 느낌이었습니다.
그래서, 전체적으로는 지루하다 느꼈습니다.
분명 송강호씨가 갑자기 눈물을 주르륵 흘리시면, 가슴에 와닿는 무언가가 있었습니다. 캐릭터에 공감할수는 있었다는 이야기입니다.
좀 갈팡질팡하긴 해도, 사람이 워낙 혼란스러우면 또 집에 딸이 혼자 있으면 저럴수도 있겠다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저는 어떤 영상을 볼때 '떠먹여주는 방법' 즉 영상의 구성도 꽤 큰 고려 요소입니다.
이 요소가 엉망이라고 느껴서, 몰입하기 정말 힘들었습니다. 생겼던 눈물도 쏙 들어갈 정도로.
2시간 17분이라는 상영시간도 상당히, 정말 상당히 길다고 느꼈습니다.
제가 왠만하면 상영시간 길다고 불만을 토로하지는 않는 사람인데, 이렇게 지루하다고 느껴 시계 쳐다보고 끝나길 기다린건 간만이네요.
차라리 끝부분은 영화를 위해 각색한다고 추격씬, 검문검색 같은거 넣어서 볼거리, 긴장감 이라도 있었지...
역사적 사실을 너무 일상화하고 일상속의 비일상처럼 그리려다 보니, 늘어지는 곳은 늘어지고 웃어야 할 곳에선 너무 웃고 웃을 수 없는 곳에선 아까 촐랑거린 여운이 남고.
아쉬움이 너무 많이 남습니다.
혹시 '이런 소재를 써주면 사람들이 많이 와주지 않을까' 하고, 중요한 영상 구성에 대한 고민을 덜 하신게 아닌가 하는 생각까지 들 정도였습니다.
'광주 민주화운동' 과 '송강호' 만으로 제가 너무 많은걸 상상하고 기대했던걸까요.
3. 남은 이야기
영화 자체에 대한 이야기이긴 하지만, 같이 쓸 내용은 아니라고 여겨서 여기에 적습니다.
편집상 어색한 부분(흔히 '옥의 티' 라고 하죠?) 이 눈에 띄어서, 아직까지도 기억에 남는 장면을 여기다 남겨봅니다.
1. 영화 인트로에서 송강호씨가 택시 안에서 라디오 속 노래를 흥얼거리는데, 바깥을 잡는 카메라로 바뀔 때에는 입을 다물고 운전만 하십니다.
갑자기 흥이 식으셨던걸까요?
2. 영화 후반에 광주를 빠져나가기 위해 산속 검문소를 통과하기 전, 필름 등의 물건을 숨긴 뒤 검문소로 다가갑니다.
이때, 검문소로 들어가기 전 송강호씨 손에는 피가 잔뜩 묻어있는데, 검문소로 다가가면 어느새 이 피가 없어져 있습니다.
물론 스토리상으로는 검문소를 어떻게든 빠져나가야 했으니까 속옷 상의라도 꺼내서 닦았을지는 모르는 일이죠.
다만 개인적으론 이게 좀 어색하게 와닿았습니다.
그나마 이쪽은 내용전개상 이해라도 가는 범위네요.
흔히 이야기하는 '관객이 모르는 척 해줘야 하는' 범위에 속한다고 치면 어찌어찌 무마할수는 있겠습니다.
=> 사실 저는 이런식의 소위 말하는 '옥의 티'는 잘 못찾는 부류입니다.
제가 이걸 찾았다는건, 어지간히 집중이 안되어서 다른데 신경을 썼거나, 이런 저도 발견할 정도로 대놓고 드러났다는 이야기입니다.
1번이 후자고, 2번이 전자입니다.
그 외에는... 제가 L열이었는데, 대각선 왼쪽과 오른쪽 앞에 한명씩 상영중에 스마트폰을 쓰는 사람이 있었다는것 정도?
개인적으론 이거 신고하면 객석채로 건물 아래로 떨어뜨려버릴 수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는 사람입니다만, 실제로 그러지는 못할테니 볼때마다 그저 짜증나고 답답하네요.
뒤에서 안보일것 같죠? 무인도에서 밤중에 횃불 피워놓은것 같으니 제발 상영중에는 스마트폰 쓰지 맙시다.
이번 글은 여기까지.
혹자는 '인기 상영작을 까면 뭐라도 있어 보이니까 까는 놈이구나' 생각하실지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그럴만한 '있어 보이는' 놈도 아니거니와 그저 세계관을 이해하고 감독이, 프로듀서가 꾸민 내용을 받아들이려 노력하는 평범한 시청자A 입니다.
노파심에 강조하지만, 내용이 마음에 안든다는게 아닙니다.
광주 민주화운동은 과거에 일어난 끔찍한 현실이고, 영화는 이를 기반으로 '새로운 이야기' 라는 살을 덧붙혔을 뿐이죠.
저는 단순히 '살을 이상하게 덧붙혔'다고 불만을 토로하고 있습니다. 제가 먼저 본문에서 썼던 '떠먹기 어려운 요플레' 처럼.
그 먹기쉬운 요플레가 왜 이렇게 먹기 어렵게 바뀌었을까요.
제 기대가 너무 컸던것 같습니다.
..그럼 다음 글에서 뵙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