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와 육지에서 사는 사람들과 그들에게 일어나는 일들을 섬세하게 그린 사춘기 연애물.
작품 길이도 2쿨이었지만 한화도 지루한 부분 없이 매 화를 알차게 전개한 덕에 꽤 오랜기간 봐 온 기분이네요. 새삼 아쉬움이 큽니다.
이 글은 크게 '내용을 뺀 작품 자체(주로 영상이나 음향 부문) 감상' 과 '핵심내용을 뺀 감상(나무가 아니라 숲을 보는)' 정도로 적어볼까 합니다.
또, 이 작품은 제가 내용언급을 해서 실제 느낄 수 있는 부분을 미리 깎아먹는것보다는 실제로 작품을 보고 느끼시는게 낫지 않나 하는 생각도 깔려 있습니다.
凪のあすから, 2013, ©凪のあすから製作委員会, P.A.WORKS
[일본어 위키피디아 바로가기, 공식 홈페이지, 애니플러스 작품 페이지]
개인적으로 이 작품에 관심이 간건 2기 오프닝입니다.
Ray 가 부른 ebb and flow 라는 곡[공식계정 MV 보러가기, 영상에 네타 없습니다] 인데, 곡 자체도 그렇지만 영상과의 조합이 개인적으론 참 인상깊었었네요.
내용도 눈에 띄었습니다. 바다에서 사는 인간, 그리고 육지에서 사는 인간. 묘한 경계와 조화를 이루고 살아가는 그들의 이야기.
사실 바다에서 사람이 산다는 생각은 하기 힘드니까; 꽤 신선하게 와 닿았습니다.
이야기 짜는 스탭들도 이런 '바다에 사는 인간' 이라는 설정 때문에 호흡법이라던가.. 꽤 고민한 모양이더군요.
결과적으론 과학적인 부분들에서 많이 탈피하는 등등의 방향으로 이런 '시오시시오' 라는 아름다운 세계가 만들어졌지만요.
관련 이야기는 이쪽 인터뷰 참고. 인터뷰는 연재 형식이라 번역기로라도 슥 보시면 재밌는 얘기가 간간히 보입니다.
모바일은 이쪽입니다 : http://youtu.be/zpWCIwPQS3Y, HD 권장
그리고 PV.
공식 계정에 올라온거니 내용언급 걱정없이 보시면 됩니다. HD로 돌려서 감상하시는걸 추천하구요.
개인적으로 2기 오프닝을 우연찮게 본 뒤, 1화를 보고 바로 빠져서 감상하게 됐습니다.
위에 붙힌 PV는 나중에 봤지만, 작중의 공간이 어떤지 맛보는 정도로는 충분하다고 생각합니다. 특히 영상미적으론 더더욱.
매번... 이라고 해도 제 경우는 최근 본 P.A.Works 작품이 '꽃피는 첫걸음(花咲くいろは)' 이나 'TARI TARI' 정도밖에 없긴 합니다만,
이들이 만들어내는 영상이나 음향에는 항상 '작품을 계속 관심깊게 볼 수 있도록' 유도하는 무언가가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사실 내용은 조금 더 아래서 언급할 생각이지만, 제목과 다르게 인간관계의 엇갈림은 꽤 복잡한 편입니다.
그럼에도 볼 수 있었던건, 아마도 그 와중에서 드러나는 등장인물들의 감정이나 상황을 매력적인 영상과 인상깊은 음악으로 담아냈기 때문이 아닐런지.
작중의 등장인물과 공감할 부분은 공감하고, 슬퍼할 부분은 슬퍼하며 몰입할 수 있도록 충분한 역할을 수행해줬다고 생각합니다.
뭐 어느 작품의 OST가 그 작품의 내용과 맞지 않게 나오겠습니까만은, 이 작품의 음악들도 상황에 맞게 그 역할을 충실히 수행해주고 있습니다.
음악담당인 데와 요시아키도 감독에게 요청받은 40여개의 곡 중 절반 정도가 심정(안타까움, 고뇌, 상냥함 등) 에 관한 것이었다고 하더군요. [인터뷰 바로가기]
이런 곡들이 어떤 때는 작품을 감싸며, 어떤 때는 살살 끌어당기며 상황을 몰입하고 주인공의 심정을 훨씬 더 와 닿을 수 있게 해 주었습니다.
전 작품을 감상할때 주로 조용한 환경이다 보니 단순히 영상과 음악이 좋다 외에도 이들을 적당한 비율로 조정하고 배치하는 부분에도 신경을 쓰게 됐는데,
그런 부분에서도 만족스러웠습니다.
영상의 경우는 크게 언급할 필요도 없을듯 하고..
미술감독이 빛의 표현 등을 중요시하는 사람이라는듯 한데[인터뷰 바로가기] 그래서인지 더 '어딘가에 실존할법한' 상상의 공간이 만들어졌습니다.
사실 애니메이션에 영상이 좋고, 음악이 좋아서 그들을 잘 버무려 그럴듯한 '작품' 으로써 내놓는건 상업 작품에선 이상적인 일일 겁니다.
하지만 쉽지 않은것도 사실이고, 어떻게 버무릴지를 결정하는것도 스탭의 능력이라고 생각하는지라
이 작품을 보면서 대단하단 생각을 개인적으로 많이 했습니다.
이렇게까지 위에서 '작품의 내용을 영상과 음악이 훌륭히 전달해줬다' 라고 했지만, 일단 내용의 큰 흐름에선 인간관계가 꽤 복잡한 편입니다.
내용이 제목과 상당히 다르죠.
이건 각본이 오카다 마리(岡田麿里)인 이상 어쩔 수 없는것 같기도 하네요.
각본을 쓴 오카다 마리는 인터뷰에서 웃음조로 '질척질척한 것을 반짝반짝하게 그리고 싶다' 라고 합니다. [인터뷰 바로가기]
다 본 바로는 이게 농담처럼 안들리지만, '오카다 마리' 라는 인물에 대해 검색하며 간간히 보였던 최악의 시나리오로 악평 받은 작품들처럼 그려지진 않아서 다행이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사춘기의 아이들이 '사람을 좋아하게 되는 것이란 어떤걸까?' 에 의문을 품을 것이라 생각하고, 그런 상황에서의 심리 변화를 섬세히 그리고 싶다'고도 했는데
그쪽에서는 납득이 갑니다. 사실 사춘기라도 이렇게까지 되려나 싶기도 하지만(..
까놓고 이야기하자면 A는 B를 좋아하는데 B는 C를 좋아하고 C는 A를 좋아하는식의 피곤한 인간관계를 보는걸 좋아하지 않는 분은
안보시는게 정신건강에 나을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나마 후반에는 어느정도 정리야 되지만, 그 이전까지 한화 한화 지나오는 과정에선 힘드실수도 있겠습니다.
그러고보니 주변에는 주인공인 히카리가 짜증난다고 하차한 분들도 꽤 되는걸로 아는데, 개인적으로는 끝까지 못보신게 좀 안타깝다 정도의 느낌이 듭니다.
초기엔 그랬어도 후에 어떤 상황으로 성장하고 변화하는 느낌도 있으니까요. 이런 사춘기 연애물은.
특히 14화 이후로 오프닝과 엔딩이 교체되며 작품의 방향이랄까요, 그런게 약간 바뀌는데 그 이후까지 지켜보고 판단해도 늦지 않는 캐릭터라고 생각합니다.
히카리요.
뭐 이런 경우엔(특정 캐릭터에 안좋은 감정이 쌓이면) 뒤에 가서 조금 변하더라도 잠깐이지만 자기가 안좋은 부분이 또 나오면 다시 안좋게 보게 되는지라..
좀 감상에 장벽이 된달까, 그런게 있어서.. 모르겠습니다. 같은 이유로 전에 지인분께 추천해드리려다 말은 적이 있긴 한데.
일단 전 뒷부분까지 보고 판단하시는걸 추천. 정 짜증나신다면야 안보는게 낫구요.
또, 위에서 적으려다 말았지만 '작품의 영상과 음향이 전하고자 하는 바를 훌륭히 전달할 때, 그 내용이 파탄일 경우 타격이 커진다' 라는 부분도 있죠.
타격이랄것까진 없었지만, 메인 캐릭터 중 한분에 감정이입 깊게 하셨던 분은 끝에 타격이 좀 있으실듯도; 제 주변에도 몇분 계시더군요.
아무튼 제 경우는 내용상 일부 정신적 피곤함(?)을 뒤로 하고 눈/귀 호강 잘 했다고 해두고 있습니다.
이번달 말에 블루레이 5권이 발매되는데, P.A.Works사의 블루레이니 품질이야 의심하지 않고 있고.. 기대가 되네요.
여담이지만, 국내 방영처인 애니플러스에게도 감사의 인사를 전하고 싶네요.
이렇게 '제작부터 퀼리티가 좋은' 경우는 블루레이가 나오기 이전 TV 방영때도 품질이 눈에 띄는 경우가 많은데 (쿄토 애니메이션의 '빙과' 라던가)
이 '잔잔한 내일로부터' 역시 잘 만들어진 TV판을 비교적 덜 퀼리티를 잃은 채로 국내에서 감상했다는 점이 꽤 만족스럽습니다.
특히나 애니맥스의 경우는 pooq을 통해서 보는데, 그 다운된 퀼리티에 할말을 잃었던게 바로 최근까지네요. 개인적으론 그래서 더 비교되는듯.
세계관도 그렇고, 꽤 흥미로운 작품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