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래는 재감상할 계획이 없었는데, 라이브뷰잉 등으로 쌓은 메가박스 포인트 중 일부가 이번달 말에 사라진다고 해서 말이죠.
애니메이션 작품이다 보니 상영시간도 다들 애매해서 수원 영통(20:55분 상영)까지 내려갔다 왔네요.
배급사 잘못은 아니지만, 대학교나 회사 다니는 사람들의 감상 불가능 시간이 뻔히 보일텐데도 이러는거 보면 괜히 약도 오릅니다.
어쨌든 추가금 안들일려면 제가 좀 움직여야죠 뭐. 정기권 바깥 구역이라 교통비가 좀 추가됐지만 이정도야 싶었고.
아무튼 잡설은 이정도 하고, 1주차 재관람했으니 특전이나 본편 이야기 좀 더 하겠습니다.
'~주차' 를 언급했다고 제게 매주 보러 갈 계획이 있느냐 하신다면 그건 절대 아니구요.
이번달 말에 사라질 예정이었던 포인트(2,500점)는 금요일을 기점으로 없어졌습니다.
아래에는 1200 x 800 사진 두장이 사용됐습니다.
그 특전 관련 사진들을 지나면 작품 전반적인 내용과 팜플렛 인터뷰까지 아우른 감상이 적혀있으니 감안하고 읽어주시구요.
1. 1주차 특전
증정 특전이 있었다는건 알고 있었기에, 창구로 가서 특전 받아왔습니다.
참고로, 제 경우 앱으로 예매했는데 특전 수령시 찍는 확인도장 때문에 영수증을 발권한 다음 특전을 주더군요.
예매수단이야 어찌되었든, 영수증을 발권해서 찾아가시는게 조금 더 수월할것 같습니다. 어차피 앱 들이밀어도 발권하긴 하지만요.
그리고 거기 찍는 빨간 도장이 잘 번지니, 저처럼 특전과 겹쳐 놓았을때 번지는 부분도 조심하셔야 하겠구요.
한편, 왼쪽의 색지는 아래 언급하고 오른쪽의 인쇄물을 볼까요. 일단 '특전 티켓' 이라는 명의로 증정하는 물건.
'특전 티켓'이라고는 합니다만, 그냥 길거리 찌라시 형태의 얇은 코팅지에 인쇄한 물건입니다.
그나마도 인쇄하는데 사용한 이미지가... 아무래도 해상도를 약간 늘려 인쇄한 티가 나더군요.
덕분에 아래쪽 작품 제목 아래에 위치하는 작은 글씨(스탭 정보 등)는 뭉그러져 안보이고; 절대로 온전한 해상도로 인쇄한 물건이 아닙니다.
그래서 집에 와서 영수증에 찍은 특전 수령 도장이 특전 티켓에 번져 묻은걸 발견했습니다만, 인쇄 상태가 이래서 좀 덜 아쉽더군요.
지극히 개인적인 감상입니다만, 뭐 그런 정도.
이런거 보면 애니플러스가 선행상영회때 준 인쇄 특전들이 얼마나 신경을 쓴 물건인지가 와닿네요. 통상적으론 이정도로 나오겠지요, 우리나라에선.
저처럼 자본을 들인(?) 고품질의 티켓들을 먼저 접해왔던 분들은 꽤나 실망하실지도 모르겠습니다.
실망이랄까 나쁜 예상의 재확인 같은 느낌이랄까.
개인에 따라 좀 다를지는 모르겠습니다만, 아무튼 만족스러운 모양새는 분명 아니었네요.
비교대상이 좀 허들 높은 물건이 아닐까 하는 생각은 하는데,
아무리 그래도 그 작은 인쇄물에 해상도를 늘려서 인쇄해 작은 글씨가 안보이는 부분은 좀 너무했습니다.
흰 봉투를 열면 나오는 색지의 경우, 캐릭터 원화가인 칸토쿠(カントク) 일러스트를 사용했습니다.
제 경우는 먼저 팜플렛을 통해 캐릭터 원화를 보기도 했는데, 원화가 특유의 귀여운 그림체가 잘 드러나지요.
근데 리모(위 색지 안 캐릭터)가 조금 더 많은지, 제가 보러 간 상영관에선 상영 종료 후 '리모 5개 나왔다' 고 듀얼 두개 나온 분과 한장 바꾼 분이 계셨습니다.
사실 저도 바꾸고 싶었는데.. 이미 그분은 듀얼이 한장 뿐이시겠죠(...) 어쩔 수 없지..
아무튼, 이쪽도 아주 약간 이미지를 늘려 인쇄한 티가 납니다.
그나마 먼저 본 특전 티켓처럼 잡아 늘린 수준은 아닌것 같지만, 바꿔 말해 인쇄물이 아주 선명한 것도 아니구요.
먼저 본 '특전' 티켓을 일반 비닐 인쇄지에 인쇄한 그 뭐랄까요, 엉성함? 그런 맥락에서 보면 얼추 안어울리는것도 아니긴 합니다만.
이쯤 되면 뒷면이 그냥 두꺼운 종이 그대로라 조금 땀난 손으로 만지면 착착 달라붙는 부분은 불만 축에도 못끼는 느낌.
그나마 이쪽은 좀 나은 느낌이지만, 이거라도 나아서 다행이라는 생각이 좀 들었습니다.
물론 '이거라도 나아서 다행이다' 라는건 특전만의 이야기지 작품까지 어우르는 얘기는 아니구요.
2. 작품 자체의 이야기
먼저 언급했듯 작품 전반적인 이야기와 팜플렛의 설명을 덧붙힙니다.
일단 작품의 이야기 흐름은 이렇습니다.
듀얼과 도로시는 '지식의 상자' 라고 불리는 가상 공간 안에서 바이러스를 퇴치하는 안티바이러스 프로그램입니다.
지식의 상자는 인류의 모든 시대/국가별 환경(+사람들)이 그대로 압축되어 저장(백업)되어 있으며,
필요할 경우 이를 압축해제(복원) 하여 그 시대를 그대로 구현해낼 수 있습니다.
이처럼 가볍게 다룰 수 있기 때문에, 바이러스에 걸린 환경은 안티바이러스 프로그램이 통채로 압축한 뒤 삭제합니다.
그 외의 바이러스들도 안티바이러스 프로그램인 두 사람이 적당히 제압해서 압축한 뒤 삭제해 왔습니다.
이렇게 생활하고 있던 듀얼과 도로시의 앞에, 자신의 이름을 '리모' 라고 말하는 기억을 잃은듯한 소녀가 나타납니다.
그리고 듀얼과 도로시는 바이러스 반응도 없는 리모를 지울 수는 없어서, 리모를 돌봐 주며 같이 생활하게 되지요.
그러면서, 필요가 없다며 감정을 지니지 않았던 듀얼과 도로시는 자연스레 즐거움과 슬픔 등의 감정을 공유하게 됩니다.
그러는 한편, 리모가 제기하는 다른 시각의 의문들을 들으며, 듀얼도 이 세계에 대해 조금씩 의문을 품기 시작합니다.
압축한 뒤 삭제한 바이러스는 정말 없어지는걸까? 같은.
그러던 중, 중규모의 바이러스가 침투하여 듀얼과 도로시가 싸우지만, 지금까지 없던 특이체라 두사람과 리모가 모두 당하고 맙니다.
하지만 그들이 걱정한 것과 다르게 바이러스에 오염되지도 않은 상태로 깨어난 세사람.
의문을 품으며 깨어나지 않는 리모를 집으로 데려와 돌봐주다, 각성한 리모에게 그들은 새로운 사실을 듣게 됩니다.
리모는 검색 엔진이며, '마더' 에게 아름다운것만을 모아 주는 실험의 결과데이터 회수를 위해 듀얼과 도로시가 있는 곳으로 왔다.
또, 인간은 모두 사라졌다.
사실 인간 세계에서는 ViOS라는 획기적인 운영체제가 개발되어 전 세계 대다수의 컴퓨터에 설치되어가고 있었습니다.
여기에 '마더' 라는 이름의 지구 환경관리 프로그램이 개발되었고, 인간은 이 프로그램에 지구 환경관리를 일임했습니다.
하지만 그 프로그램은 인간이 지구상 유일의 파괴자이기 때문에 최종적으론 멸망하는 시나리오를 구상했고, 인간 축소 계획을 단계적으로 실행하고 있었습니다.
그 때문에 인간은 출산율 감소로 멸망의 길을 걷습니다.
동시에 마더는 리모를 써서, 지식의 상자 안에 있던 시대/국가별 환경 데이터를 사용해 그 안에서 '좋은 것' 만을 골라내
'지구 환경에 영향을 미치지 않고 의사 결정을 하지 않는' 생물을 만들 계획도 세우고 있었습니다.
당연히, 뒤늦게 이 계획을 눈치챈 인간이 마더의 작동을 중지했습니다.
하지만 오랜 기간 프로그램에게 지구 환경관리를 일임했던 인간들은 나약했습니다. 마더의 정지와 함께 인류도 멸망했습니다.
리모는 이렇게 마더가 사라진 뒤에도, 그 역할을 계속 이어 '아름다운 것만'을 모으고 있었습니다. 이 결정체가 꽃 모양.
그 '아름다운 것'을 모으기 위해선 기억의 상자 안에 있던 다양한 시대, 국가의 환경이 필요했고,
모으고 난 환경은 필요가 없어지기 때문에 그 잔해들을 듀얼과 도로시에게 바이러스라고 인식하게 만들어 없애는 일을 해 오고 있었던 것.
그런 사실을 접하고 난 뒤, 층간 경계가 붕괴되고 '바이러스' 가 생성됩니다.
그래도 듀얼과 도로시는 리모를 지키기로 하고, 그 바이러스를 없애기 위해 나섭니다.
압도적으로 밀리고 있던 순간, 듀얼은 '스미레' 에게서 용기를 얻고 초기 버전으로 복원한 뒤 바이러스를 없애고 리모에게 돌아옵니다.
마더는 인간이 사라진 이후에도 유일하게 인간 수준으로 자신에게 유협이 될 존재로 듀얼과 도로시를 예상하고 있었고,
리모의 안에 이들이 자유의지를 갖게 되면 가상 공간 전체를 강제 초기화하는 장치를 심어뒀습니다.
하지만 리모는 듀얼과 도로시의 검사 알고리즘을 바꿀 권한도 가지고 있었고, 이를 바꿔 자신이 사라짐으로써 가상 세계와 두 안티바이러스 프로그램을 지킵니다.
리모가 떠난 세계에서 부서진 집으로 돌아온 두 프로그램은 리모를 영원이 기억하며 살아갈... 까요?
여기서 끝나네요.
작품을 보고 팜플렛까지 좀 읽어보고 든 생각은, 내용 설명이 묘하게 불성실하다는 점.
감독은 인터뷰에서 '이 작품은 리모를 위한 이야기' 라고 하는데, 이것만 보면 분명 잘 된 내용입니다.
하지만 그 '리모의 이야기' 를 위해 추가로 넣은 요소-가상현실 밖 인간의 이야기 같은-에는 나쁜 의미로 묘한 여운을 남기고 끝내버립니다.
분명 그런 부분들은 감독이 말하는 '리모의 이야기' 측면에서는 부가적일지 모릅니다.
하지만 정말 그렇게 중요하지 않다면 아예 빼던지, 굳이 넣었으면 조금 더 설명을 해주던지.
작품을 끝까지 다 봐도 이런 부분들 때문에 영 개운하지가 않았습니다.
또, 그래서인지 감독 딴에는 '이러이러한 부분과 저러저러한 부분이 연결되어 있다' 혹은 '이러이러한 의미가 있으니 알아주셨으면' 하고 넣었는데,
보는 사람 입장에서는 이걸 모르니 '?????' 싶은 부분이 간간히 있었습니다.
앞, 뒤와 이어지지 않아 굉장히 뜬금없이 다가오는 부분들 말이죠.
각본 인터뷰를 보면 큰 틀(세계관, 캐릭터의 역할)은 원작인 D.backup 쪽을 쓴것 같은데,
작품의 성별 지향점도 달라지고(원작은 듀얼과 도로시 역의 캐릭터가 남자이고, 리모 역의 캐릭터만 여자였다는듯 - 감독 언급)
분량도 바뀌고(30분 X 12화 ~ 24화 분량인 이야기가 60분 조금 넘는 이야기가 되어야 해서 버려야 할 부분이 많아 아까웠다는 언급이 있음 - 각본)
그래서인지 후반부의 이야기 마무리도 전부 감독 나름의 재구성이었다고.
이런 부분까지 생각하면 이정도 나온게 대단? 다행? 인것 같기도 한데, 아무튼 뭔가 끝나도 찝찝함이 남네요.
일단 개인적으로 생각한 부분들을 보면,
1. 우선 다이에나의 연설.
다이에나는 작중에서 지구 환경관리 프로그램인 '마더' 를 만드는데, 발표 연설에서 '우리 딸과 같은 비극이 다신 일어나지 않도록~' 하는 부분이 나옵니다.
하지만 그녀의 딸이 어떻게 되었는지는 본편에서 전혀 언급이 없습니다.(감독도 인터뷰에서 언급되지 않았다고 함)
이는 감독의 인터뷰와 팜플렛의 캐릭터 소개에서 답을 찾을 수 있는데,
다이에나의 딸인 리모네는 환경 테러리스트(環境テロリズム) 에 의한 사고로 목숨을 잃었다는 설정이 있다고.
환경 테러리스트는 보통 '지구 환경 보호' 나 '동물 보호' 등의 명의를 내걸고 활동하고 있지만, 실제 하는 일은 방화, 폭력 등 상당히 과격하다는 모양.
이런 내용을 알고 있으면 다이에나의 그런 연설 내용이 이해가 되는데, 먼저 언급했듯 본편은 전혀 그런 언급이 없습니다.
굉장히 사소하고 또 만드는 입장에선 '이런걸 알아줬으면 좋겠다' 고 할지도 모르겠지만, 제가 보긴 별로 힌트 거리가 없단 말입니다;
2. 그리고 리모의 정체.
후반에 잠시 나오지만, 리모는 ViOS의 코어 프로그램 중 하나인 검색엔진입니다.
이 검색엔진은 모든 데이터 영역(지식의 상자)을 훑을 수 있습니다.
이렇게 보면 리모가 듀얼/도로시와 만난 초기 요리를 한다며 지식의 상자 안에서 재료를 가져오거나,
인간과 비슷하게 감정을 표현하고 흥얼거리는 멜로디 만으로도 피아노를 연주하는게 이해가 가죠.
그리고 감독의 부가설명에 따르면, 마더는 자신의 계획(지구 환경에 영향을 끼치지 않고, 의사결정을 하지 않는 생명체를 만드는) 을 위해
리모를 업데이트해 '아름다운 것을 모으' 도록 명령했습니다.
이후 인간에 의해 마더가 사라진 이후에도 리모는 계속 그 명령을 실행하고 있었던 것이구요. 자신을 마더 리모트로 칭하면서.
본편에는 마더가 리모에게 명령어를 입력하는 부분 같은건 안나오니, 아마 리모가 자신을 마더라고 칭한다 라는건 알기 힘들지 않을까 싶네요.
명령을 받아 작업을 처리하는거지, 리모가 마더라는건 아니라는 부분 같은거.
그 외엔 어느정도 감이 오지 않을까 싶네요.
작품 후반에 현실 세계 장면에서 리모와 닮은 여자아이가 대화하는 상대는 리모네의 할머니인 스미레겠고.
스미레는 ViOS를 개발한 다니엘 박사의 아내로 세계적으로 유명한 피아니스트이며,
이 부부에게서 '마더'를 개발한 다이에나가 태어났고, 다이에나의 딸이 리모네입니다.
감독 왈, 이때 리모네와 대화하는 스미레가 작곡하며 쓰던 펜이 안티바이러스 프로그램들이 쓰는 무기라는걸 연결시키고 싶어 그 씬을 넣었다고.
먼저 언급했듯 이런걸 모르면 상당히 뜬금없는 씬이 되어버릴것 같지만요.
5월 9일의 신주쿠에서 주요 스탭이 참가하는 토크쇼가 열린다고 하던데, 무슨 소리를 하려나 싶습니다.
그나마 이렇게 팜플렛이라도 샀으니 이해하는데 도움은 받았지만, 개인적으로 이렇게 작품 밖에서 의미를 찾아야 하는 작품은 영 불친절해서 싫어하는지라
감독이 말한 '리모의 이야기' 도 잘 봤고, 결말도 노린 대로 '눈물 나는' 이야기였다고는 생각하는데,
리모의 이야기를 위해 '부가적' 이라고 넣은 요소들이 찜찜하게 걸려서 스탭롤이 올라가고 나도 개운함이 남지 않는 묘한 작품입니다.
이렇게 팜플렛까지 읽어가면서 보려고 한 작품도 간만이네요.
역시 본편 밖에서 찾아 맞춰야 하는 퍼즐이 있는 점은 불친절하게 다가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