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입이 조금 생기니까, 평소에는 돈때문에 미뤄왔던 것들을 할 마음이 생기게 되네요.
그 중에 하나가 바로 '캘리브레이터 구입' 이었습니다.
저는 뭐 대단한 그래픽 작업이나 동영상 편집을 하는건 아니지만, 가끔 앨범아트를 스캐너로 스캔하거나 똑딱이로 찍은 사진을 보정합니다.
하지만 쓰는 스캐너가 전용 스캐너가 아니라 복합기의 기능 중 하나인 수준이고, 똑딱이도 한 2년? 정도 된지라 화이트밸런스가 영 미묘.
그래서 항상 색을 보정할때는 애매했습니다.
현재 보이는대로 보정을 해도, 그게 웹에 올라가거나 다른 장비에서 보면 또 다른 색이 되어버린단 말이죠.
어, 그런데 이걸 대여해주는 업체가 있군요; 24시간 대여에 2만원. 이정도면 거저네;
그래서 어제 퇴근하고 오는 길에 들러서 찾아왔었습니다.
구글에서 '데이터컬러 스파이더4' 까지 입력하는데 추천 검색어에 '데이터컬러 스파이더4 대여' 가 있길래 찾게 됐습니다;
제가 찾은 곳은 홍대입구역 9번출구 LG팰리스빌딩 8층에 있는 PlaySLR[홈페이지 바로가기] 이라는 곳.
이 캘리브레이터 외에도 DSLR이나 각종 촬영장비 등 다양한 고가의 장비들을 대여해주는 업체더군요.
덕분에 이거 빌리는데도 계약서 적고 신분증까지 맡기고 왔습니다.
근데 이 거미 모양의 플라스틱 덩어리(?)는 일단 40만원에 육박하는 물건이니까요. 뭐 이해가 안가는건 아닙니다;
대여는 24시간에 2만원. 기타 자세한 사항은 홈페이지를 참조.
계약서 쓰면서 내용을 읽어보니, 연장 대여가 필요하면 시간이 지나기 전에 연락하지 않으면 벌금이 나간다던가.. 뭐 그런게 있더군요.
일단 계약서니까 사인하기 전에 읽어는 봐야죠. 우리는 그것의 중요성을 어느 외계에서 온 하얗고 귀여운 생물체에게 잘 배웠습니다.
아무튼 잘 모셔와서, 어제 저녁에 캘리브레이션을 해봤습니다.
먼저 사진에는 스파이더4 본체만 찍혀있는데, 사실 설치 CD도 같이 줍니다.
이 CD 케이스 뒷면에 소프트웨어 활성화 키가 있으니, 데이터컬러 홈페이지에서 설치파일을 받을수는 있지만 아주 쓸모없진 않습니다.
대여 업체측에서 설명은 좀 해주긴 하는데, 그때 설명도 들었지만 프로그램이 꽤 친절하네요.
설치하기 전에는 기기를 벌써 USB에 연결하지 말라고 하고, 끝날때 즈음에는 이제 연결하라고 하고.
프로그램 쪽에서 안내해주는대로만 하면 별 어려움 없지 싶습니다.
연결하고 프로그램을 실행하면 세부 절차들이 내부에 표시됩니다.
제 경우는 좀 의외였던게 모니터의 예열? 인데.. 아무튼 조건들을 갖추고 캘리브레이션을 시작합니다.
사실 오른쪽 화면은 다 끝난 후 프로파일의 이름을 정하는 화면이라 더 뒤에 나와야 합니다만, 깔끔하게 그냥 여기서;
캘리브레이션은 주기적으로 하는게 좋다곤 합니다만 제 경우는 최소한 몇달의 텀은 두어야 할 것 같아서,
일단 저 경로 찾아들어가 컬러 프로파일들 백업좀 해놓긴 했습니다.
제품 이름 그대로의, 거미 모양의 센서를 모니터에 늘어뜨린 뒤 화면과 밀착할 수 있도록 조치하고 캘리브레이션 과정 시작.
모니터의 경우는 밝기 조정 메뉴가 있어서 그런지, 사용자 참여형(?) 이더군요. 중간에 한번 멈추더니 밝기를 조정해 달라고.
덕분에 재밌는 경험을 했습니다.
과정에는 대략 20분 정도 걸린듯. 팔아파서 혼났습니다(...)
이건 캘리브레이션 전후 촬영한 이미지.
촬영방식은 모니터에 백색 이미지를 띄운 뒤 카메라에서 수동 화이트밸런스 조정을 통해 영점을 잡고, 그 색온도로 촬영.
자세히 보시면 모니터 주변의 색이 조금 다르게 나타납니다.
실제 모니터도, 캘리브레이션이 끝난 뒤에는 노란빛이 많이 감도네요.
마치 제가 처음 아이패드 3세대 사고 느낀 그 기분을 새삼 다시 맛보는 기분입니다;
현재 주 컴퓨터인 슬레이트7 역시 캘리브레이션.
프로그램에서 현재 사용중인 장비가 밝기/대비/색온도 조절이 가능한지, 종류는 LCD/CRT/노트북/프로젝터 인지 묻다 보니 그에 따라 과정이 진행됩니다.
덕분에 슬레이트에서는 먼저 했던것과 같은 사용자 참여형 조정은 없더군요. 자기 혼자 슥슥 잘 하던;
덕분에 10분인가 15분만에 끝났습니다. 빠르군.
이쪽도 먼저 위에서 했던것과 같이 기기의 화면에 백색을 띄우고 카메라를 그 백색 이미지로 화이트밸런스 조정한 뒤 촬영한 사진들.
왼쪽이 캘리브레이션 전, 오른쪽이 후 입니다. 오른쪽이 화면 주변에 붉은색이 조금 더 도는 느낌이군요.
개인적으로 이번에 이렇게 대여업체를 이용해보니, 굳이 제품을 사지 않아도 되겠구나 하는 생각이 듭니다.
캘리브레이터의 경우는 신제품 출시 주기가 그리 길지 않기도 하고, 가격대도 높은데다가 저는 전문 그래픽 작업을 하는 전문가도 아닙니다.
그냥 가끔 하는 스캔작업, 틀어진 사진의 화이트밸런스 조정을 좀 편하게 하고싶을 뿐.
이제는 앨범아트 스캔한거 색 조정해보고, 그걸 아이패드로 옮겨서 색 체크한 뒤 조정하고 하는 뻘짓을 안해도 될 것 같아서 기쁘네요.
사실 대여가 원 제품값에 비하면 꽤 싼 편이라, 분기마다 한번씩 한다고 해도 부담이 없을것 같긴 합니다.
실제 그렇게 할수도 있고 아닐수도 있고.
주기적으로 캘리브레이션 할지는 더 쓰면서 느껴지는 바가 있으면 하기로 하고 일단은 그냥 쓸 계획.
지금은 반납하고 없지만(임시저장글) 괜찮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