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써 2016년 1월도 중순을 향해 달려가고 있어 일본 현지에서는 신규 방영작이 늘어나는 시기지요.
요런 시기에, 조금 느지막하지만 지난분기 완결작 중 인상깊었던 작품 하나를 굳이 감상 남겨보려고 합니다.
1화부터 앞으로의 이야기에서 보여줄 요소가 고루 나와서 앞으로를 가늠할 좋은 맛보기가 됐었습니다. 결국 이렇게 끝까지 봤구요.
여기에 적절한 다음화 끊기 신공은 덤.
아무튼 보면서 든 생각들을 좀 정리할까 합니다.
아래에는 내용 언급이 있습니다. 감상 예정이신 분들은 감안하고 봐주시고,
ノラガミ ARAGOTO, 2015, ©「ノラガミ ARAGOTO」製作委員会, ボンズ
[일본어 위키피디아 바로가기, 공식 홈페이지, 애니플러스 작품 페이지]
사실 먼저 링크한 감상글에도 적었지만, 이 작품은 2기 격으로 만들어진 전작 '노라가미(ノラガミ)' 의 후속 작품입니다.
그런데도 전 전작이었던 1기를 감상하지 않고 감상하기 시작했고, 또 이렇게 재밌게 봤습니다.
1기를 안봤다고 해도 작품의 개략적인 세계관이나 각 캐릭터의 특징, 또 서로간의 관계는 2기 1화에서 짚고 넘어가주는 편.
안그랬으면 뭐가 뭔지 몰라서 1화 보고 가볍게 이 작품에서 손을 뗐겠지요.
하지만 1기를 안본 사람도 비교적 매끄럽게 들어올 수 있도록 1화를 만들었고,
또 작품의 전체적인 분위기가 묻어나도록(연애, 전투, 개그) 맛보기도 잘 해주지 않았나 싶구요.
한편, 1기를 보지 않으면 저처럼 야토와 유키네가 만난 계기라던가 하는, 감상하는데는 당장 불편하지 않지만 세세한 감상에는 영향을 줄 수 있는
2기 이전에 있었던 일들은 알 수 없게 됩니다.
뭐 작품을 보다 보면 대략적으로 유추할수는 있지만, 아무래도 보고 넘어오는게 더 매끄럽긴 하겠지요.
전 시간상 문제도 있고 해서 1기를 볼 수 있을까- 하며 감상하기 시작했는데, 2기를 다 본 지금에야 오히려 1기를 봐야겠다 생각이 더 들게 됐네요.
내가 본 이 시리즈의 숨겨진 이야기들을 더 알고 싶다, 같은 생각이랄까.
어차피 이번 분기는 작품 하나 정도만 골라놨어서 이거 볼 여유 정도는 생기지 않을까 싶고.
개인적으로 마음에 든건 역시 뭐든 적당한 비율이지 않나 싶었습니다.
개인적으론 적당히 개그가 들어간 물건을 좋아하는데, 간혹 그 개그의 비율을 맞추지 못해서 그것들이 역효과를 불러일으킨 작품을 접하기도 했습니다.
최소한 이 작품의 경우는 해당사항이 없는 이야기겠지만요.
이 작품의 경우는 가끔 좀 피식피식하게끔 만들어 주다가도 적을 물리칠때는 또 깔끔하게 처리해주고 그런 갭 아닌 갭의 차이가 좋았습니다.
사실 처음 1화를 보고 주인공인 야토의 성우가 카미야 히로시(神谷浩史)라는걸 알게 됐는데, 여기서 이미 안도하기도 했습니다.
이건 좀 개인적인 경우겠지만, 이분의 경우 저는 '모노가타리(物語)' 시리즈에서의 아라라기 코요미 인상이 많이 남아있습니다.
이 캐릭터가 여기서의 야토랑 좀 비슷한 위치.
다른 작품의 비슷한 캐릭터를 떠올리며 '지금까지 본것도 그렇고, 성우도 이분이니 왠지 (믿고 볼만한)그런 캐릭터이지 않을까' 하며 좀 믿고 본 케이스.
이런 생각 덕분인지, 보면서 웃다가도 분위기가 바뀌기 시작하면 이번엔 어떻게 활약하려나, 하는 기대감이 들어 작품 보는게 즐거웠습니다.
그와 이어진 유키네나 히요리와의 관계 변화도 재밌었던 부분.
아무래도 신(神)과 인간이라는 위치 때문인지 아예 사귀는 모양새는 아니지만,
그와는 또 다른.. 뭔가 연애와 비슷한것 같으면서도 아닌 관계로 그려지는 에피소드들도 좀 재밌었습니다.
후반의 에비스 에피소드에서 은연중에 야토를 잊고 있던 히요리가 유키네를 만나 화들짝 놀라며 기억을 살려내는 모습이라던가,
이보다 더 앞에선 야토에게 미니 신사를 만들어준 부분이라던가 말이죠.
이쪽도 매 화 재밌게 다음화를 기다릴 수 있게 만들어준 원동력이었습니다.
단순히 이런 이야기, 즉 주인공과 그 주인공을 둘러싼 캐릭터와의 관계나 개그 정도로만 이 작품을 계속 본건 아닙니다.
이번 2기는 크게 비샤몬텐(1 ~ 6화)과 에비스(7 ~ 13화)라는 두 신(神)의 이야기를 주 축으로 삼아 그와 함께 엮여 벌어지는 일들을 담고 있는데,
이 두 신들의 이야기도 꽤 흥미거리.
자신은 좋은 의도로 시작했지만, 그것이 결국 일족들의 갈등과 파멸의 씨앗이 되었던 비샤몬텐이나,
숙명처럼 대물림(죽고 환생함)을 해 왔지만 야토의 말들로 스스로의 감정을 찾게 된 에비스.
개인적으론 비샤몬텐보단 에비스쪽 이야기가 더 인상깊었네요.
에비스는 평소에도 자주 죽고 환생하는데(작품에서는 대물림이라고 표현), 그래서인지 자신의 의견은 생각치도 않고 살아오다가
야토와의 만남으로 자신을 생각하게 되고 의견을 표출하게 됩니다.
그냥 계속 대물림 되어 왔으니까, 부담없이 죽어왔는데 그게 정말 나의 의지인가? 너는 정말 죽어도 좋은거냐?
새로 환생해서 하인들 앞에 서있는 어린 에비스에게 이런 질문을 하니 눈물을 흘리며 고개를 좌우로 휘젓습니다. 여기서는 소름도 좀 돋더군요.
뭐 아무튼 변화의 대상은 상대적으로 어린 캐릭터에만 국한되어 있던것은 아니었습니다.
그런 부분들이, 조금 더 재미있게 와닿기도 했었네요.
사실 중 ~ 고등학교 정도의 캐릭터 성장기는 흔한 물건이니까요.
별로 그 대상이 아닐것 같은 부류들도 오해를 풀거나 좁은 자신만의 우물을 뚫고 나오는 부분들이 플러스 요소가 됐습니다.
참, 끝날때는 3기를 암시하는듯한 장면도 나오더군요.
이정도 수작에 원작도 있으면 3기는 어렵지 않을것 같은데, 실제론 어떠려나요. 근데 끝날때 이정도 암시를 했으면 나오지 않을까 싶긴 하네요.
그리고 이번에도 꼭 이전처럼 이벤트를 현지에서 뿐만 아니라 여기서도 라이브뷰잉으로 볼 수 있으면 좋겠네요.
진짜 먼저 했던 이벤트들 라이브뷰잉 못본거 생각하면 지금도 속이 쓰립니다(....)
다음부터는 뭔가 뜬금없어 보이는 작품이 라이브뷰잉을 한다고 하면 그 작품에 대해 좀 찾아보는 습관을 들여야 할것 같습니다.
여기까지 보고 나면, 글쎄 그렇게 뜬금없진 않았던거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들고 그러네요.
단순히 국내 미디어/취미 컨텐츠 시장의 규모가 작다는거 이전에 말이죠. 이정도로 잘 만든 작품이면 가능하지 않았을까 싶은 뭔가 막연한 그런?
아무튼 3기 감상도 적을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이번 글은 여기까지.
짤막하게 적는다는게 좀 길어진 느낌이지만, 역시 그냥 '재밌게 봤다' 라는걸 풀어 쓰는게 쉽지 않네요.
이런걸 좀 자주 해야되는데, 근래들어 잘 안해서 그런가봅니다.
아무튼 다음 글에서 뵙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