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도 열심히 구입한 블루레이들을 감상하고 있습니다.
오늘은 이따 저녁때 할일이 있기 때문에 평소보다는 조금 빨리 감상했네요.
한국어로 번역된 스탭의 인터뷰를 자세히 읽어보니 과거 극장판 감상 당시보다 부정적인 감정이 0.3정도 줄어든것 같기도 하고 말이죠.
본격적으로 본편 이야기를 하기에 앞서, 아래에는 본편에 관한 다수의 내용 언급이 있음을 밝혀둡니다.
이 작품이 미스터리나 추리물은 아닌데, 제 경험상으론 뒷이야기를 알고 보면 아무래도 흐름이 보인달까 그래서 재미가 떨어지더군요.
볼 계획이 없는 분들은 알아서 판단하시면 되겠지만, 혹시 볼 계획이 있는 분들은 가급적 보고 나서 읽어주시기 바랍니다.
아무튼 블루레이에 수록된 본편과 영상특전 감상을 정리해 봤습니다.
-- 목 차 --
누르시면 바로 이동합니다.
1. 블루레이 메뉴 구성
2. 본편
3. 본편 영상품질 및 음향
4. 영상특전
1. 블루레이 메뉴 구성
먼저 볼건 최상위 메뉴입니다.
이 디스크는 제가 본 다른 블루레이와 다르게 디스크를 넣고 재생을 시작하면 블루레이 로고나 저작권 주의사항이 표시된 뒤 이 최상위 메뉴가 표시됐습니다.
버튼 한두번 누르는거야 어렵지 않은데, 근래 본적이 없다 보니 특이하다는 생각은 드네요.
일본판도 이랬을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개인적으론 아닐것 같지만..
일단 정식 한국어판이라 일본어 원제 위에 한국어로 번역된 제목이 추가되어 있습니다.
배경이 되는 일러스트는 캐릭터 원화가인 칸토쿠(カントク)가 그린 것으로 보이는데, 메뉴 '영상'이다 보니 주변의 흰 빛이 잔잔하게 움직이더군요. 이런건 재밌습니다.
디스크 내부의 컨텐츠가 소소한 편이다 보니 챕터(왼쪽 이미지)와 음성/자막 선택 메뉴도 간결한 편.
다만 챕터의 경우, 챕터 시작부분의 본편 영상 스틸컷을 섬네일로 넣어뒀고 선택한 챕터를 컬러로 구분합니다.
한편으로는 부른 곡명으로 나눠지거나(라이브 블루레이) 일정한 길이로 구분되는(TV 애니메이션) 영상 구성이 아니다 보니 이런 배려가 필요하다는 생각은 하지만요.
아무튼 알아보기 쉬워서 좋았네요.
그리고 이쪽은 영상특전들...인데, 전부 짤막한 PV나 CM 영상들이라 갯수만 많다는 인상.
먼저 밝혀두지만, 이건 별로 한국어판을 비판하려는게 아닙니다. 일본어판도 이런 구성이니 굳이 따지자면 일본어판쪽에 하는 불만.
굳이 의미를 두자면 유투브 등지에 흩어져 있는 PV, CM 영상들을 더 나은 품질로 편하게 골라볼 수 있다는것 정도는 장점입니다.
심심찮게 오디오 코멘터리(스탭/성우진의 오디오 해설 등) 가 수록된 미디어(TV 애니메이션, 라이브 블루레이 등)를 보기도 하다 보니 이런거 이외의 특전은 사실상 없다시피한게 역시 아쉽게 느껴지지만요.
재생중 팝업메뉴는 가장 좌측이 최상위 메뉴로 이동할 수 있는 항목이라는걸 빼곤 최상위 메뉴와 구조, 디자인이 완벽하게 똑같았습니다.
듣자하니 블루레이 메뉴 구성도 손이 꽤 많이 간다고 하던데(내부 스크립트 등) 가능하면 손댈 여지를 줄이면서 만드려고 했겠죠.
쓰는 입장에서야 편하면 아무래도 상관없으니 여기다 뭐라 하고싶진 않습니다.
완벽하게 똑같아서 내부 메뉴구성은 따로 캡쳐 이미지가 없는 점 이해해주시길.
2. 본편
이 작품은 포니 캐년이 2013년 주최한 '애니메이션화 대상(アニメ化大賞 Powered by ポニーキャニオン)' 에서 대상을 수상한 창작 유닛 Physics Point의 'D.backup'을 원작으로 하고 있습니다.
그렇다고는 해도, 각본가와 감독의 인터뷰를 읽어보면 여기서 사용된건 세계관이나 캐릭터 설정 정도 같더군요.
원래는 30분짜리 TV 애니메이션 12 ~ 24화 정도 만들 수 있는 분량의 이야기를 60분 정도의 극장판으로 만드느라 고심했다는 각본가의 인터뷰도 있고 말이죠.
과거 블랙캣(ブラック・キャット) 처럼 원작과는 거의 관련이 없는 이야기가 펼쳐진다고 봐도 무방할겁니다.
만화가 원작인 블랙캣이 TV애니메이션으로 제작될 때, 만화에서는 설정과 캐릭터만 가져가 오리지날 이야기를 전개했던것처럼.
스탭들도 그랬던것 같지만, 개인적으로도 이 작품은 설정과 캐릭터가 아주 흥미로웠습니다.
가상의 세계에 존재하는 두 안티바이러스 프로그램. 자신들은 감정이 없는 '프로그램' 이라던 주인공들이 어떻게 바뀌어 나가는지, 또 그 가상의 세계 밖에서는 무슨일이 벌어지고 있었는지.
각본가는 작품 말미에 꼭 관객들을 울리고 싶어했고, 감독은 '리모의 이야기'를 만들고 싶어했는데 이런 이야기를 이렇게 섞네요.
대략의 설정은 이렇습니다.
20xx년, 인류는 지구의 환경 관리를 ViOS(바이오스)라는 운영체제에서 구동되는 '마더' 라는 프로그램에게 일임합니다.
그리고 이 '마더' 는 인류를 '지구의 유일한 파괴자' 로 규정하고 인류를 말살하는 프로젝트를 가동하게 되죠.
뒤늦게 이를 깨달은 인류는 '마더'를 파괴하지만, 그동안 '마더'에게 환경관리를 위임하던 인류는 '마더' 없이 존속하지 못하고 멸망하고 말았습니다.
한편, '마더'는 자신이 존속하는 동안 전 인류를 지역별 시대별로 나눠 한명한명의 인간들까지 통채로 데이터로서 백업하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각 시대에서 '아름다운 것'만을 모아 새로운 인간을 만들려는 프로젝트를 진행합니다. 이 프로젝트는 '마더' 가 사라진 뒤까지 계속되죠.
이 작품은 이런 백업 데이터가 저장되어 있는 '지식의 상자' 안에서 백업 데이터를 관리하는 안티바이러스 프로그램 '듀얼' 과 '도로시'
그리고 갑자기 나타난 정체를 알 수 없는 소녀 '리모'의 이야기입니다.
가상 세계, 디지털 세계에 관한 이야기는 실사 영화까지 가지 않아도 흔한 소재이지만, 역시 안티바이러스 프로그램을 인간화 했다는 부분부터 신선하다는 인상을 받았습니다.
물론 먼저 언급한 주요 무대의 세계관도 그렇고.
원작이 30분짜리 TV 애니메이션 12 ~ 24화(1 ~ 2쿨) 분량이라니 이쯤되면 기반이 된 원작 내용이 궁금할 지경.
여기서 가장 큰 이야기 줄기 중 하나는 주인공 소녀들의 변화입니다.
안티바이러스 '프로그램' 인 듀얼과 도로시가 바이러스 검사를 위해 '지식의 상자' 안의 백업 데이터에 들어가면, 반드시 주변 인물과 어떤 관계로써 포장됩니다.
어느 가정의 딸이라던가, 어느 학교의 동급생이라던가.
그리고 안티바이러스 프로그램 본인이 어떤 환경을 거쳐 왔던, 백업 데이터가 바이러스에 오염되면 본인 스스로 압축해 삭제해버려야 합니다.
처음에는 '어차피 백업 데이터 안의 가상 세계니까' 하면서 무심해하던 프로그램들도 점점 자신이 스스로 없애는 (한때의) 가족, 친구에게 감정을 품게 되지요.
그런 와중에 기억을 잃은 '리모' 가 나타나고, '리모' 의 상상을 뛰어넘는 행동과 질문으로 프로그램들은 '자유 의지' 도 가지게 됩니다.
자신들이 살고 있는 세계에 대한 의문, 가상 세계 바깥의 인간에 대한 궁금증 같은 것들 말이죠.
이런 소녀들의 변화를 가장 크게 느낄 수 있는 부분은 역시 작품 말미입니다.
처음에는 가상 세계라고 자신의 한때 친구, 가족이었던 '데이터'들을 지워버리는데도 무심했지만,
정체가 밝혀진 뒤 상황이 종료되고 자신과 함께했던 '리모'를 스스로의 손으로 지워야 하는 듀얼과 도로시는 오열합니다.
이는 작품 초기에서는 상상도 못할 상황이고, 보는 입장에서도 그 감정의 변화가 극명하게 와닿는 장치.
'어쨌든 관객이 우는 이야기를 만들고 싶다' 는 각본가의 의지가 느껴지는 부분입니다(?)
오리지날 작품이기도 했고, 제가 이 작품에 대해 알고 찾아보기 시작한게 선행상영회 예매한 그 주니까 사실상 이야기를 모르고 갔는데
그렇다 보니 '리모'의 정체나 '마더'의 계획, 인류의 멸망 같은건 아무래도 가벼운 충격으로 다가올수밖에 없었습니다.
근데 이런게 바로 좋은 의미로 뒷통수 맞았다는 것이겠지요. 이런 부분이 바로 창작물을 보는 즐거움 중 하나일 겁니다.
그래도 역시 마음에 걸리는건 중간중간 감독이 넣은 '의미를 파악하기 힘든 장면' 들.
감독은 인터뷰에서 '리모의 이야기'를 만들고 싶다고 했고, 이 이외의 장치들은 굳이 설명이 필요한 부분까지만 최소한으로 언급했다고 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그래서, 위의 스미레가 악보를 그리는 부분도 그렇고, 듀얼과 도로시, 리모가 셋이서 '지식의 상자' 안을 바이러스 체크(여행)하러 다니는 부분의 막바지에 나왔던 전쟁과 재해 장면도 그렇고.
결국 의미를 제대로 깨닫지 못해도 상관은 없으니 딱 그정도 묘사하고 만것 같지만, 그럴거면 뺐어도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좀 합니다.
'리모의 이야기'로써는 깔끔했다고 생각하지만, 작품의 엔딩 스크롤이 올라갔을때 티클같은 의문이 하나 둘 남는다는 의미에서는 뭔가 개운하지 않다고 해야 하나 그랬거든요.
사실 관객이 작품 안에서 답을 찾지 못하면 팜플렛 등의 유료 상품을 구입해 부가 자료를 얻어야 합니다.
제 경우는 국내에서 선행상영회를 할때 특전으로 팜플렛을 받았습니다만, 그렇지 않았던 사람이 이걸 사려면 3 ~ 4만원 정도를 지불해야 하겠죠.
그나마도 국내에서 구할 수 있을 때의 이야기고; 이 작품 상영 당시에는 국내 모 서점에서 팜플렛을 직수입 판매했었는데 지금도 팔고 있을지 모르겠네요. 아마 안팔겠지요.
애초에 해당하는 상품이 무료던 유료던, 개인적으론 이렇게 추가적인 힌트를 작품 밖에서 찾아야 하는 요소가 들어있는것 자체가 마음에 내키질 않습니다.
한편으로는 100개 중 잃어버린 퍼즐 4개 정도를 작품 밖에서 끼워맞춰, 스스로가 이 작품을 완벽하게 감상했다는 만족감을 줄만한 정도는... 된다고 생각합니다.
신경 안쓰이시면 그냥 넘어가면 되는 부분이기도 하겠지요.
저는 어쨌든 이런게 신경쓰였고, 신경쓰인 부분을 작품 밖에서 찾아야 하는게 마음에 안들었던거고.
아무튼 흥미로운 작품이었습니다.
원체 시나리오도 넘쳐흘렀던 모양이라, 극장판 이외의 다른 형태로도 접할 수 있게 되었으면 좋겠네요.
읽기 능력이 좀 되면 판매중인 원작 소설을 사서 읽어보고 했겠지만 그러질 못해서 아쉽습니다.
3. 본편 영상품질 및 음향
극장 감상 당시에는 꽤나 깔끔하다고 생각했는데, 블루레이로 감상해보니 그때의 감흥이 많이 깨지네요.
물론 극장의 경우는 상업용 장비를 사용하기에 단순히 블루레이라는 소스를 모니터로 보는 가정 감상환경(특히 제 감상환경)과 단순 비교하긴 상당한 무리가 따릅니다만..
아무튼 2015년 10월에 도쿄국제영화제에서 처음 공개됐으니 2014년 말에서 15년 중순 정도까지 제작되었다고 봐야겠지요.
이렇게 보면 나쁜 의미로 어느정도는 시기를 납득하게 할만한 영상을 보여줍니다.
배경 영상부터 그렇지만, 하다못해 더 크게 부각되는 캐릭터 작화까지도 그리 선명하지는 않다는 인상.
영상 전체적으로 뿌연 안개가 끼어있는듯한 느낌도 그렇고, 업스케일해서 블루레이급 해상도로 늘린 티가 많이 납니다.
그나마 다행인건 암부에 거슬리는 등고선이나 노이즈는 안보인다는것 정도?
근데 이런걸 위안삼기엔 먼저 언급한 부분이 좀 크네요.
평균 비디오 비트레이트는 32083 kbps. 1080p. 1:06:35초짜리 영상은 20.9GB짜리 단일 m2ts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오디오는 세 트랙이 들어있네요. 이 중에서 오디오 코멘터리(음성특전)이 없는건 역시 아쉽습니다만.
구체적으로는 5.1ch과 2ch LPCM 오디오(48kHz, 24bit), 2ch DTS Headphone X(DTS HD MA 48kHz, 24bit) 의 세 트랙.
자막은 한국어와 영어가 들어있습니다.
먼저 언급했듯 영상은 좀 시대적인 티가 나지만, 비트레이트가 깎여 들어갔다는 느낌은 받기 어려웠습니다.
사실 북미판 블루레이같이 디스크 안에 많은 에피소드를 구겨넣지 않는 이상, 비트레이트를 깎아가며 넣는 경우를 일본 애니메이션 블루레이에서 본적은 없지만 말입니다.
음성의 경우는 다른것보다 DTS 헤드폰X가 들어있는 점이 재밌었습니다.
5.1ch 쪽도(감상은 2ch 다운믹스였지만) 나쁘지는 않다는 느낌이었는데, DTS 헤드폰 X는 Dolby Atmos처럼 '소리의 공간정보'로 소리를 랜더링하는 방식이기 때문인지 특정 장면에선 차원이 다르더군요.
아무래도 애니메이션 블루레이에선 좀처럼 보기 힘든 수록 사운드이기도 하니, 이런건 좀 특이하게 다가왔습니다.
그 외엔.. 크게 아쉬운건 없었네요.
초중반에 나오는 삽입곡들이 본편 음향 채널에 어울리지 않은 소리가 났던건 뭐 그러려니 한다고 치고.
4. 영상특전
초반에 메뉴 언급할때도 이야기 했지만, 이 블루레이의 영상특전은 전부 PV나 CM 부류의 영상입니다.
다만 나중에 국내에도 개봉은 했는데, 처음부터 북미 개봉은 염두한 모양인지 중간중간 영어 자막이나 영문 타이틀을 섞은 공식 영상도 들어있었습니다.
수록된 영상은,
- Film Announcement Promotional Video (37초)
- 15-sec Teaser (16초)
- 30-sec Teaser (31초)
- Character Promotional Video - USA ver. (1분 51초)
- Character Promotional Video - Japan ver. (1분 51초)
- American Teaser Trailer (1분 6초)
- Japanese Teaser Trailer (1분 10초)
- Theatrical Trailer (1분 29초)
- American Trailer (1분 31초)
- Japanese Trailer (1분 35초)
- TV Spot Type A (16초)
- TV Spot Type B (31초)
- Prime Time TV Spot Type A (16초)
- Prime Time TV Spot Type B (31초)
- COMIC MARKET89 Promotional Video (31초)
으로 도합 대략 14분 분량.
이렇게 PV, CM영상만 질리도록 넣어놓은건 근래 간만에 봅니다.
물론 모두 이어져 있는게 아닌지라(메뉴에서도 한 영상이 끝나면 최상위 메뉴로 돌아옵니다) 모두 각각의 m2ts로 수록되어 있더군요.
이번 글은 여기까지.
볼 당시에는 자잘한 불만이 많았는데, 감상 당시 팜플렛을 읽고(일본어판) 다시한번 블루레이 초회판 특전(일본판 팜플렛 번역본)을 읽어보니 오해는 다소 풀렸습니다.
아무리 그래도 아쉬움은 남고, 또 아쉬운 만큼 여운도 남는데.. 글쎄 이런 내용으로 후속편이 나올지 모르겠네요.
한편으론 평화로운 일상을 살고 있는 단편 같은걸 내줘도 반가울것 같긴 하지만... 하하 이런게 나올지(....)
..아무튼 다음 글에서 뵙겠습니다.
- 플레이어: kakaoTV 팟플레이어, m2ts 재생. [디인터레이스: H/W 디인터레이스(방법, 필드 모두 자동) 이외 불필요 옵션 OFF 혹은 자동]
- 이외 사항은 덧글 등으로 문의 바랍니다. 작성 후 1개월 이상 경과한 경우 당시의 감상환경 중 현재 유지중이지 않은 것은 기억하지 못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