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고 이번엔 처음으로 일본 안에서 열차편을 타고 도시 사이를 이동하는 경험도 했죠. 도쿄에서 고베까지 2시간 44분동안.
사실 이 사이를 이동할 수 있는 수단은 더 있습니다.
하지만 '최단시간' 이라는 조건을 최우선으로 두니 선택지가 사실상 하나밖에 안남더군요.
야간버스는 가장 저렴한 대신 소요시간이 너무 많이 걸리고(7 ~ 8시간), 비행기는 가격이 적당(1만엔 내외)한 대신 공항까지의 이동시간이 추가됩니다.
이왕 이렇게 된거, 최단시간이라는 조건에도 부합하겠다 외국인 패스(JR패스)로도 탑승할 수 없는 노조미(のぞみ) 등급의 열차를 타게 됐네요.
이번 글은, 앞으로 몇번이나 더 타게 될지 모를 신칸센 탑승과정에서 보고 들은 것들을 정리합니다.
-- 목 차 --
누르시면 바로 이동합니다.
1. 예약
2. 티켓 수령
3. 탑승
1. 예약
저는 에키넷(えきねっと, 바로가기) 이라는 곳에서 예약했습니다.
하지만 이 사이트, 기본적으로 해외 사용자가 쓰는 것을 전제로 만들어진것 같지도 않고(해외IP까지는 차단하지 않는것 같음), PC 사이트에서는 가입 완료도 안되더군요.
아예 홈페이지 주의사항에 '모바일 접속 전용이다' 라고도 적혀있는데,
똑같이 일본 VPN을 건 접속조건 하에서 PC사이트는 5번을 시도해도 실패하던 가입절차가 아이패드에서는 한번에 성공했습니다.
혹시 가입하셔야 하는 분들은 가지고 계신 '모바일 기기'에서 VPN을 걸고 시도하시길 추천드립니다.
추가적으로, 밤 11시 40분부터 40분간(다음날 0시 20분까지)은 시스템 점검시간으로,
이 시간 즈음에 시도하면 예약중에 에러가 나거나 위와 같은 창이 뜨면서 입력한게 다 날아갈 수 있습니다.
저도 쓰던 중에 점검시간이 되어버려서 멀쩡히 예약하다 저 창 뜨고 짜증나서 캡쳐한겁니다.
아무튼 가입하고 국내 JCB 신용카드를 등록하고 나면, 비교적 손쉽게 신칸센의 좌석을 예매할 수 있습니다.
단, 제가 갖고있는게 신한 JCB 신용카드 뿐이라, 타사/타 결제브랜드(VISA, AMEX 등)인 국내발급 카드도 정상 등록되는지까지는 확인하지 못했습니다.
홈페이지 메인에서 티켓 예약(きっぷ予約)을 클릭하고 탑승날짜/시간과 출발/도착역을 입력하고 검색하면
위와 같이 예약가능 열차편 리스트를 볼 수 있습니다.
다만, 도카이도(東海道), 산요(山陽), 큐슈(九州) 신칸센은 예약페이지가 다릅니다.
분명 첫째 줄대로 하려다 보면 원하는 도착역을 선택할 수 없어 진행하지 못할 수도 있습니다.
그럼 바로 윗줄의 세 노선에 해당할 수 있으니 그쪽에서 확인해 보시길.
아무튼 조회된 열차시간에서 탑승 등급을 선택합니다.
그린 / 지정석 / 자유석 순으로 가격이 떨어집니다. 그린이 최고 등급(가격), 자유석이 최저 지출(지정좌석 없음).
저는 지정석을 구매할 생각이라, 중간에 있는 금연/흡연 마크 중 금연 마크의 O를 클릭했습니다.
선택한건 7시 10분 도쿄역을 출발하는 노조미(のぞみ) 9번 열차.
하단의 매수(좌측이 어른, 우측이 아이)까지 입력하고 나면 '좌석선택' 화면으로 넘어갈 수 있습니다.
하지만 여기서의 '좌석선택' 은 우리나라와 그 개념이 많이 다릅니다.
저는 솔직히 티켓 가격도 가격이겠다 이 화면보고 좀 황당했는데(당연히 앉을 자리를 1:1로 선택할 수 있는줄 알았음)
'자신이 원하는 조건에 가장 가까운 좌석을 받아낼 조건을 입력' 하는게 전부입니다. 우리나라 KTX처럼 열차화면 나오고 좌석을 찍을수는 없는가보더군요.
일단 이런건 알았으니, 브라우저 번역기능으로 각 항목이 대략 무슨 의미인지는 파악하면서 조건을 선택했습니다.
창가자리, 차량 가운데, 흡연실에서 먼 곳.
패스를 쓸건 아니니 아래 옵션들은 해당사항이 없구요.
다음으로 넘어가면 입력내용을 확인하고, 최종신청 전 숙지해야 할 주의사항을 확인시킵니다.
취소하려면 기간에 따라선 수수료를 물어야 할 수 있으니, 꼭 예약확정 전에 내용을 다시한번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주의사항의 경우는 대략 아래와 같은 내용.
신칸센 티켓 발권은 오전 5시 30분 ~ 밤 11시까지 가능하며(새벽 5시, 밤 11시 30분 탑승편의 경우 미리 발권하지 않으면 현장발권 불가능)
에키넷 예매 티켓의 수령에 필요한 요소(에키넷 예약번호, 등록한 신용카드 실물)를 안내하고 있네요.
저는 어디서 '탑승전날 밤 9시까지 티켓을 수령하지 않으면 자동 취소 후 취소 수수료가 부과된다'라고 보고 일정을 짜고 움직였는데,
이제 찾아보니 그런 내용은 없네요. 제가 잘못 봤나봅니다.
えきねっと(JR東日本)|JR券申込 ご利用ガイド>お受取り・お支払い方法(에키넷 수취, 결제 가이드)
이쪽의 페이지를 구글 크롬 등으로 번역하여 보시면 됩니다.
큰 틀로 보면, 티켓리스(우리나라 버스 홈티켓 같은 개념) 발권이 아닌 이상 결제는 티켓을 수령할 때 진행됩니다.
또, 티켓의 수령은 전국의 JR티켓창구(みどりの窓口)혹은 여행센터에서 가능하다고.
다만 노선에 따라서는(JR홋카이도, JR서일본) 원하는 곳에서 수령이 불가능할 수도 있으니 가기 전에 꼭 해당 역에서 수령 가능한지 확인해 보시기 바랍니다.
그리고 다음 페이지로 넘어오면 예약절차 끝.
간단히 이 페이지를 화면캡쳐한 뒤 나중에 티켓 수령할때 지참하시면 됩니다.
물론 이 화면에서 캡쳐하지 못했더라도 예약내역 조회화면에서 보실 수 있고, 정확히는 예약번호가 필요한거라 이것만 메모해가셔도 됩니다.
에키넷에 등록한 신용카드도 꼭 가져가시구요.
참고로 에키넷에서의 예약은 티켓리스 발권이 아닌 이상 '예약'만 하게 됩니다.
즉 이 시점에서는 신용카드로 승인이 오지 않습니다. 티켓을 수령하는 시점에 승인이 오더군요.
현재의 한국스마트카드 시스템을 쓰기 이전의 고속/시외버스 예매사이트를 생각하시면 될듯. 현장발권시 카드승인이 오던 그거 말이죠.
2. 티켓 수령
시간은 흘러 탑승 전날.
저는 먼저 언급했듯 '탑승 전날 밤 9시 이전까지 티켓을 수령하지 않으면 취소 수수료가 부과되며 취소된다' 라고 알고 있었어서
이렇게 탑승 전날 공항을 빠져나가는 길에 JR티켓창구(みどりの窓口)에 들렀습니다.
근데 생각해보면 현장에 어지간히 일찍 도착하지 않는 한은 이게 편하겠더군요.
특히나 아침 이른 편이라면 더더욱. 혹여나 늦잠자도 낭패볼 일을 줄일 수 있겠지요.
KTX처럼 앱으로 예약내역을 보여주고 이럴 수 있는게 아니니.
JR티켓창구에 들어가면, 직원들이 있는 창구와 위와 같은 단말기 양쪽에서 신칸센 티켓 발권이 가능하다고 안내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국내 발급 JCB 신용카드 사용 기준, 제 경우는 이 단말기에서 티켓 발권이 불가능했습니다.
위 사진의 녹색 버튼이 에키넷 발권자 전용 버튼인데, 이걸 누르고 기기에 신용카드를 넣으면 예약내역까지는 조회되지만
이 다음 '카드 비밀번호' 누르는 과정에서 비밀번호가 다르다며 튕겨내더군요. 물론 전 맞게 입력했습니다.
그러니 국내 발급 신용카드를 등록하고 예약한 분들은, 시간낭비 하지 마시고 직원들이 있는 창구로 가서 예약번호와 카드 들이밀고 티켓 받으시길.
다만 예약내역의 행선지를 한번 더 확인해주고(제 기준, 7시 10분 도쿄역에서 신고베까지 가는 티켓 맞으시죠?), 넘겨받은 카드로 결제를 진행하겠다는 구두 확인정도는 있습니다.
뭐 어렵진 않으리라 생각.
그리고 별 문제 없이 신칸센 티켓과 영수증을 받았습니다. 앞쪽에 있는게 티켓, 뒤쪽의 넓직한게 영수증입니다.
양쪽 모두 뒷면이 마그네틱인 용지에 인쇄되어 있는게 재미있네요. 티켓이야 그렇다 치고 영수증까지 이러니 괜히 재밌습니다.
앞쪽의 티켓이 추후 하차시 기계에 회수되기 때문일까요.
아 참, 이 16만원짜리 종이쪼가리는 간수 잘 하시기 바랍니다. 피눈물 흘리지 않도록.
3. 탑승
시간은 흘러 탑승날 아침.
아침 7시 10분 출발편이라, 도쿄역에는 20분 전인 오전 6시 50분까지 도착할 수 있도록 움직였습니다.
그도 그럴게 우리나라에서 KTX 처음 탈때도 시간계산 잘못해서 1-2분 전에 열차를 탄적이 있다 보니 말이죠.
좀 여유롭게 와야 (아침출발편 기준) 갑자기 배 아파도 화장실좀 갔다오고 그러죠.
아무튼 아침 6시 55분경 도쿄역은 굉장히 한산했습니다. 심지어 바깥에는 사람도 별로 없더군요.
입구로 들어가서 파란색의 신칸센 아이콘만 찾아 걸었습니다.
일단 비싼 가격의 별도 노선이라 그런지 다른 노선만큼 알아보기 쉽게 안내는 잘 되어있네요.
그리고 이렇게 신칸센 개찰구를 만나면 어제 수령한 티켓을 개찰구 앞쪽 티켓 넣는곳에 넣으면 됩니다.
아직 하차한게 아니기 때문에 기계에서 티켓이 다시 나옵니다. 꼭 가져가시길.
티켓에는 탑승 플렛폼 번호가 적혀있지 않습니다.
개찰구 위에 있는 전광판에서 자신이 탈 열차편(행선지, 시간)을 확인하여 플렛폼 번호를 확인해두시기 바랍니다.
이런게 있어서 가급적 일찍 오는게 낫다고 추천드리는겁니다. 탑승이 익숙하지 않다면 더더욱.
출발시간이 급하면, 플렛폼에 올라와서 일단 아무 차량이든 올라탄 다음 티켓에 씌여져 있는 번호의 차량으로 이동해도 됩니다.
당연하지만 차량간 이동이 가능하기에.
저는 3분쯤 전에 올라와서 이렇게 자리가 있는 차량으로 이동해 탑승했지만요.
티켓에 씌여진 번호와 좌석을 확인한 뒤 자리에 앉으면 됩니다. 지정좌석 차량이기 때문에 심플.
아마 자유석은 우리나라처럼 자리가 여유로우면 앉고 꽉 차있으면 서서 가는 방식일겁니다.
아무튼 앉으니 꽤 넓직하네요.
머리 위 짐칸도 생각보다 넓어서 기내반입 캐리어 정도는 가볍게 올라갔고.
다만 살짝 더운 날씨에 들어와서 그런가 창가쪽의 에어컨 바람이 적게 나오는것처럼 느껴진건 살짝 불만.
뭐 앉아있으면 금방 시원해지긴 하지만요.
차량 안내 - 노조미, 히카리, 코다마(도카이도, 산요 신칸센) [일본어]
자세한 차내 설비는 위 페이지를 참고하시길. 이제 봤는데 차내 무선LAN 같은것도 있었네요.
'터널 구간에서도 휴대폰을 쓸 수 있다' 는걸 프리미엄처럼 내거는건 좀 나쁜 의미로 일본 같지만(...)
아무튼 출발시간이 되면 안내방송과 함께 출발합니다.
오늘도 신칸센을 이용해주셔서 감사하며, 이 열차는 하카타까지 가는 노조미 열차로 시나가와, 신요코하마, 나고야 ~~ 에 멈춥니다.
이 이외엔 금연 안내, 역별 정차시간 안내 같은게 나왔던것 같은데 자세히 듣진 않았네요.
도쿄역에서 출발했으니 앞으로 두세 정거장 정도는 비교적 서행을 하게 될겁니다. [일본어 위키피디아 - 노조미#정차역]
이 다음이 시나가와역, 신요코하마역, 나고야역.... 순서니까요.
신요코하마까지는 빠른 급행열차(?) 였지만 나고야부터는 역 나와서 가속하는 정도가 팍 달라지네요.
260Km/h 가까이 달리는데도 그렇게까지 심한 진동은 느껴지지 않는 점이 의외라면 의외였습니다.
사실 가격 생각하면 당연하다 싶긴 했어도, 차내에서는 자세제어장치가 작동하고 있는지조차도 인식할 수 없으니까요.
화장실에나 들어가야 자세제어장치에서 나는 것으로 예상되는 에어 빠지는 소리 나고 그러죠.
아무튼 가는 동안엔 대체로 주변 사진을 찍거나 음악을 들으며 간식을 먹었습니다.
간식은 아침배가 약해서 에키벤 대신 바나나 한개로.
바닥에 전원 콘센트도 있습니다.
제공되는 전압이 변할 수 있다는 안내가 있는데, 전에 KTX에서 중간중간 충전기가 꺼졌던게 이런 이유였나 싶기도 하구요.
아무튼 이걸 생각 못해서 110V 돼지코를 가방 깊숙히 넣어둔게 아쉬운 순간이었네요.
이건 내릴때 봤는데, 한 객차의 맨 뒤 공간은 이렇게 머리위 선반으로 올라가지 못하는 크기의 짐을 보관하는 용도로 쓰는듯 했습니다.
사진엔 잘렸는데, 저 구석자리 위 안내문엔 '승무원에게 문의하라' 고 되어 있더군요.
여기는 아무래도 승무원들이 오고가기 전에 본인들이 알아서 한것 같지만.
아무튼 열차는 조용하게 달립니다.
도쿄역에서는 열차 좌석의 절반은 탔나? 싶었는데, 시나가와에서 한무리, 신요코하마에서 한무리 탑승하니 아침 7시 출발인데도 체감상 75% 정도는 채워서 달리네요.
제가 탑승하기 3주쯤 전에 예약한것도 이 시기 이 시간대(7월 말, 휴일 아침 도쿄역 출발편) 수요가 적지 않다고 들어서였는데
아무래도 제가 걱정한 극성수기까진 아니었습니다만(실제 극성수기는 8월 중순이라더군요) 생각보다는 많이 타고 움직입니다.
아무래도 하카타까지 먼 거리를 달리는 열차다 보니 나고야, 교토 같은 중간역에서도 생각보다 사람이 많이 타고 내렸구요.
저는 도쿄, 오사카, 나고야 각각의 지역을 가본 적은 있지만, 이번처럼 이 도시 사이를 이동한적은 없습니다.
도쿄를 벗어난 열차는 역시나 지금까지 못본 풍경을 많이 보여주더군요.
산속에 고립된듯 위치하고 있던 작은 마을이나, 금방이라도 애니메이션 캐릭터가 걸어갈것 같은 논밭만 이어지는 마을이나.
아침엔 도쿄부터 비예보가 있던 상황이라, 산에도 구름이 예쁘게 걸쳐져 있고 볼거리 많더군요.
이런 풍경을 보면서 사진으로 남기려고 고군분투하다 보니, 사실상 신고베까지의 2시간 44분동안을 뜬눈으로 보냈네요.
물론 전날에 좀 일찍 잔 영향도 있겠습니다만, 일부러 고른 창가자리도 제대로 앉을 수 있었고 만족스러운 164분이었습니다.
9시 54분에 가까워지자, 하차역인 신고베에 도착한다는 방송이 나옵니다.
KTX도 그랬던것 같지만, 내리기 10분인가 전부터 안내방송이 나왔던걸로 기억하네요.
정차시간이 1 ~ 2분 남짓이기 때문에 미리 준비하지 않으면 못내릴 수 있습니다. 그리고 다음 정차역은 다른 도시(...)
출발할때 안내된 대로 신고베역에는 9시 54분에 내렸습니다.
여기도 습하고 덥긴 마찬가지더군요. 그나마 생각보다는 쨍쨍하지 않았던데서 안도했지요.
개찰구를 빠져나오며 갖고있던 티켓은 역할을 다했습니다.
이제는 세이신 야마테선을 타고 포트라이너가 있는 산노미야역으로 이동했었네요.
아무래도 이런 역은 다양한 교통수단으로 접근하게 쉽게 만들어져 있었습니다.
개인적으로 인상깊었던건 지하철역까지 바닥에 선을 그어 놓았던 점.
가능하면 빨리 이동해야 했기에 아주 유용한 안내였습니다.
이번 글은 여기까지.
이런걸 한번 타봤으니 다음에 우리나라서 또 KTX 탈일이 생기면 차이가 확 와닿으려나요.
아무튼 바로 다음 글에서 뵙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