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장 감상 당시에도 재밌게 봤는데 이번에도 러닝타임을 길지 않게 느낄만큼 몰입해 봤습니다.
이렇게 귀여운 로봇 캐릭터가 얼마나 뒤에 또 나올까 싶네요. 일단 쵸비츠 같은데 나오는 인간형 로봇을 제외하고.. 이카로스!
아무튼 봤으니 겸사겸사 감상 정리해둡니다.
개봉한지 다소 시간이 지난 만큼 스토리 언급 회피는 고려 안했습니다. 글 혹은 캡쳐 이미지로 내용이 파악될 수 있으니 감안하고 읽어주시길.
더불어 1920 x 1080 블루레이 캡쳐 원본 이미지 39장과 비트레이트 차트 이미지 1장이 쓰였습니다.
디스크 구성이 두장인데, 첫번째 장에 월-E 본편과 영상특전 두개, 그리고 두번째 장은 영상특전 전용이니 이 순서대로 언급하도록 하겠습니다.
먼저 본편 디스크쪽을 볼까요.
제목이기도 한 월-E(Wall-E)는 작중에서 지구 청소용 로봇으로 소개됩니다.
쓰레기가 쌓여 더러워진 지구를 이들 청소로봇에게 맡기고, 그동안 인간들은 거대한 우주선에 탑승해 우주공간을 떠도는, 그런 세계가 무대입니다.
그러다 저 우주선에서 지구로 환경을 체크하기 위해 로봇을 보내고, 이 로봇이 우연찮게 광합성 생물체를 찾아내며 사건이 벌어집니다.
이 광합성 생물체를 우주선의 시스템에 넣으면 우주선이 지구로 귀환하게 되는데, 우주선의 인공지능이 이를 막으려 하죠.
뭐 결국은 지구로 귀환할 수 있게 됐습니다만.
개인적으로 눈에 띄었던 부분이라면 역시 환경일까요.
굳이 경각심 이런 단어를 꺼내려 하지 않더라도, 뭔가 막연히 불가능해보이지만은 않는 '더러워진 지구' 라는 설정.
또 그곳에서, 형태만 로봇이지 인간처럼 느끼고 생각하며 행동하는 있는 로봇들.
처음 보면서는 이런 로봇들로 무슨 이야기를 그릴 수 있을까 싶기도 했는데,
월-E와 이브가 보여주는 모습은.. 단순히 인간의 사랑과 비교하긴 무리가 있겠지만 나름대로 흥미로운 풍경이었습니다.
특히나 그들이 로봇의 모습을 하고 있었기 때문에.. 아마 더 신선하게 다가왔을지도 모르겠네요.
이런 로봇들이 인간과 똑같은 모습으로 사랑을 하면 어떤 의미에선 징그러울것 같기도 한데, 딱 로봇의 모습으로 행동하는것도 재밌었구요.
한편으론 내용의 이런, 인공지능의 반란? 그런 모습들은 영화에 자주 등장하는 소재인데(아이로봇이라던가, 레지던트 이블이라던가)
약간은 질릴만한 소재 같기도 하지만, 다른 요소들(먼저 위에 언급한) 로 덮여서 묻어간 느낌도 듭니다.
다른 부분들이 이런 흔한 소재를 신경쓰지 않을 만큼이 되지 않았다면 좀 지루하게 다가왔을지도요.
그리고 제가 좋아하는 적절한 유머 요소의 삽입도 좋았습니다.
가끔 애니메이션 같은것도 보면, 좀 쓸떼없고 이해할 수 없는 방향으로 개그를 시도해서 보기에 거북한 경우도 있는데,
아주 자연스럽게 자잘한 행동에서도 웃음을 느낄 수 있도록 만든것도 이 작품의 매력 같습니다.
바로 위에서 언급한 유머의 경우는 이런곳에서도 묻어납니다.
작품이 다 끝난 뒤 올라가는 스탭롤에서도 작중의 캐릭터들이 도트 애니메이션 형태로 등장해 움직입니다.
스탭롤의 튀어나온 부분에 올라타 화면에서 사라지기도 하고, 사이사이 빈 공간을 뚫고 좌우로 움직이기도 하고 말이죠.
대개 스탭롤은 글자만 올라가서 지루하게 보는 분들이 많을텐데, 최소한 그런 분들에게도 덜 지루한 스탭롤까지의 감상이 되지 않을까 생각.
뭐 개인적으론 영화관에서도 영사기가 꺼져야 나오는 타입이긴 합니다만;
본편 비트레이트 차트.
평균 비디오 비트레이트는 23444kbps.
오디오는 영어 5.1ch DTS-HD MA 하나를 중심으로 포르투갈어, 중국어, 태국어, 인도네시아어, 한국어 5.1ch Dolby Digital EX 수록.
자막의 경우도 영어, 포르투갈어, 중국어, 태국어, 인도네시아어, 말레이시아어, 한국어 수록.
자막과 더빙 언어는 영상특전도 포함합니다.
한 5년전에 나온 블루레이치고 나쁘지 않은 느낌이라 꽤 만족스럽네요. 아마 제작을 컴퓨터그래픽으로 해서이겠죠?
다음은 본편 디스크에 수록된 영상특전 그 첫번째.
Presto라고, 마술사와 그의 조수 토끼가 벌이는 신경전을 그리고 있습니다.
밥달라는 토끼를 굶기고 망가져가는 마술사가 관전 포인트입니다... 아마도. 5분 15초 분량.
거 토끼 밥은 주고 공연 하쇼... 라고 말하고 싶어지지만, 사실 토끼도 좀 과하지 않나 싶기도 합니다.
이정도면 거의 구워먹어도 할말 없나 싶은데, 또 마지막에 가면 마술사를 꽤 띄워 준단 말이죠.
이건 대체 마술사가 마술을 하는지 토끼가 마술사를 부려서 마술을 공연하는지 알수가 없습니다..(...
..아니 이런 영상은 이런 관점으로 보는건 아니었죠; 아무튼 그럭저럭 재밌게 볼 수 있습니다.
다음은 Burn-E.
7분 35초 분량인데, 이거 엄청 재밌었습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
월-E가 지구로 환경을 체크하기 위해 보낸 로봇에 매달려 우주선으로 돌아오는데, 그러면서 시달린 한 용접 로봇의 고뇌를 그리고 있습니다.
본편의 장면이 중간중간 실려서 '아 이 부분에서 이어지는구나' 를 알 수 있게 배려해놨는데,
망가진 표시등 하나 바꾸러 세번 네번씩 가는게 후반으로 가면 갈수록 이 로봇이 안쓰러워질 정도..;
그래도 상황 자체를 정말 재밌게 잘 구성해서 엄청 웃으면서 봤습니다. 와... 진짜. 짧지만 강렬하네요.
참고로 이 영상은, 특전 본편과 함께 보조 비디오로 콘티를 띄워놓고 볼수도 있습니다.
블루레이 메뉴에서도 선택 가능하고 플레이어(제 경우는 PowerDVD 11) 에서도 보조 비디오로 선택 가능.
자, 다음은 무려 영상특전이라고 적힌 디스크입니다.
영상특전들을 디스크 하나에 할애한 만큼 번외편격 영상부터 해설까지 다양하게 들어있더군요.
메뉴 순서대로 보겠습니다.
Wall-E's Treasures & Trinkets. 4분 56초.
그냥 평범하게 월-E가 노는 영상입니다. 이브 같은 다른 메인 캐릭터들도 등장.
스토리가 있다기보단, 월-E가 소화전을 보거나, 바닥에 널린 공들을 모아서 압축하는 등 그냥 평범하게 번외편 영상같은 느낌.
본편에서는 못볼법한 내용 같다고나 할까요. 여기에 개그감을 물씬 넣어놨습니다. 꽤 재밌게 봤네요.
"Lots of Bots" Storybook. 3분 7초.
본편에 등장하는 로봇들을 설명해주는 영상인데.. 아무래도 영상의 연령 타겟을 낮게 잡은 모양입니다.
무슨 유아 교육 프로그램 같아서 전 그리 마음에 들진 않더군요.
이 다음에 있던건 Axiom Arcade인데, 말 그대로 아케이드 게임입니다.
게다가 무려 8bit풍 아케이드 게임;
BD-Java[설명 보기, 영문 위키피디아]라는게 있으니 아마 이걸 썼을것 같은데, 아무튼 신선했습니다. 근데 캡쳐하긴 힘들어서 일단 이미지는 없네요;
Deleted Scenes. 23분 8초. 총 네 부분에서 삭제된 장면을 수록했습니다.
위의 캡쳐된 이미지 부분은 본편이 본격적으로 만들어지기 전에 삭제되었기 때문에 콘티 상태로 수록되어 있는데
만들어진 다음 첫 시사회 진행하고 관객들에게 반응을 받아 뺀 첫번째 부분 같은 경우는 본편과 흡사한 수준의 그래픽으로 수록되었더군요.
아무튼 감독이 장면을 넣은 이유를 설명한 뒤 삭제된 영상을 보고, 이 영상이 왜 빠졌는지를 또 설명해줍니다.
먼저 바로위에 언급한 첫번째 부분 같은 경우, 월-E 말고 이브가 다치는데 시사회 진행하고 작품을 좀 더 객관적으로 바라볼 수 있게 되면서 깨달았다더군요, 아 이게 아니구나.
..흥미롭더군요. 삭제장면을 이와같은 해설과 곁들여 보면 매번 새삼 흥미롭습니다.
The Imperfect lens : Creating the look of Wall-E. 14분 30초.
월-E가 관객들에게, 이 세계가 조금 더 현실에 있을법하게 보이도록 신경쓴 카메라 등 촬영기법 부분을 다루고 있습니다.
여기서도 '로저 디킨스(Roger Deakins)' 감독 이야기가 나오는군요. 얼마전 봤던 드래곤 길들이기 영상특전에도 이분의 자문이 있다고 밝힌 바 있죠.
자문과 더불어, 실제 영화 촬영시 쓰이는 장비를 가져와 초점이나 렌즈의 느낌, 렌즈의 특성으로 인해 생기는 광학현상까지도
애니메이션 제작에 반영했다고 합니다.
로저 디킨스 인터뷰중에, '독일의 렌즈 업체가 꼭 해결했으면 하는 광학현상이 있는데, 이걸 컴퓨터 그래픽으로 구현하게 되리라곤 생각치 못했다' 라는게 있었습니다.
아무튼 재밌더군요.
관객들이 컴퓨터 그래픽임을 크게 개의치 않도록 실사 영화 촬영시 쓰이는 기법들을 적극 활용했다고 합니다.
Animation Sound design : Building worlds from the sound up. 18분 44초.
작품의 사운드를 만들면서 어떤 부분들에 중점을 뒀는지, 원래는 어떤 사운드를 썼는지 같은 내용들을 다루고 있습니다.
참고로 BGM 같은건 더 아래에 별도의 영상이 수록되어 있습니다. 이 부분에서는 음향효과(기계음 등)에 대한 부분만을 다루더군요.
예를 들면, 이브 같은 경우는 하이테크 로봇이라 이런 부분들을 반영하려 했다고 하네요.
또, 이 작품은 로봇 캐릭터들이 주인공이지만 대사가 거의 없습니다. 그래서 행동이나 기계음 등으로 이 대사의 빈자리를 채워야 했는데, 그런것도 꽤 고심했다더군요.
더불어 이브가 간간히 하는 말들은 사람의 목소리를 녹음해 소프트웨어적으로 변형한 결과물이라고 합니다.
이분(Ben Burtt)이 아카데미 음향편집상도 몇번이고 수상한 분이라, 월-E 이전에 어떻게 작업했는지가 언급될때도 흥미롭게 봤네요.
Captain's log : The Evolution of Humans. 7분 57초.
작품에서 우주선의 선장은 꽤 상징적인 캐릭터가 될텐데(인간들의 모습을 대변한다는 측면에서), 이 캐릭터의 변화에 대한 내용을 담은 영상입니다.
처음에는 젤라틴 형태의, 뼈도 거의 퇴화한 그런 인류의 모습을 그리려 했다는군요.
근데 이때 함께 생각한 선장의 행동을 자세히 보니 너무 바보같았(...) 고, 젤라틴 형태라는 모습이 공감을 얻기는 힘들것 같아 현재의 인간 형태로 바꿨다고 합니다.
...확실히 이런 캐릭터가 인간으로 나왔으면 좀 징그러웠을듯.
우주복을 벗는 장면이 이 영상의 샘플에 나오는데, 벗는게 아니라 거의 부츠를 벗고 그 구멍으로 액체 덩어리가 빠져나오는 느낌입니다;;
Notes on a Score. 10분 39초.
먼저 음향효과쪽에 관해 언급했으니 이번엔 BGM 등 OST 관련 내용.
물론 작곡가 이야기만 나오는건 아니고, 이때 엮인 감독 등 다른 스탭의 인터뷰도 함께 수록되어 있네요.
작곡가인 Thomas Newman 은 작곡 의뢰를 받은 초기부터 감독 등 스탭을 부른다고 합니다.
그래서 자신이 해석한 감독의 의도대로 몇가지 샘플을 준비해 감독의 의사를 묻고, 이를 쳐나가는 과정에서 감독의 의도를 구체화하는 식으로 작업한다고.
이런 작업방식 덕분인지 감독도 큰 기대를 갖고 음악을 맡겼지만 그 기대보다 더한 결과물을 받았다며 아주 만족해하는 눈치였습니다.
Life of a Shot : Deconstructing The Pixar Process. 5분 8초.
월-E는 1,500개가 넘는 장면(Scene)이 합쳐져 완성되었다고 하는데, 이들을 모두 한 애니메이터가 만든다면 422년(..)이 걸린다면서,
한 장면이 만들어지기까지의 과정을 가볍게 설명하는 그런 영상입니다.
장면이 기획되고, 감독이 결정을 내리거나 하는 부분부터 실제 애니메이션 작업이 시작되고,
여러 효과가 어떻게 붙어나가는지를 해당 스탭의 설명과 배경에 함께 오버랩되는 영상을 통해 알기쉽게 풀어나갑니다.
사실 저도 처음부터 디테일한 작업까지는 안하겠지 생각은 했는데, 이렇게 고도로 분업화되어있을줄은 몰랐군요.
정말 사소한 변화인데도 작업 스탭이 바뀌는거 보며 새삼 놀랐습니다(...)
Robo Everything. 5분 45초.
이 작품에는 수많은 로봇이 등장합니다.
로봇이 가능한 모든 일을 해준다는 설정에서 나온 조치인데, 이런 설정을 생각하며 깨달은 것이 바로 '이 로봇들 너무 많아 다 못만들겠다' 라는 것.
그러면서 나온게 바로 모듈화. 큰 틀에서 로봇의 기능이나 디자인을 모듈화해서, 제작중 필요한 로봇이 생기면 손쉽게 만들 수 있도록 했답니다.
이러면서 제작시의 부담도 줄이고, 일종의 디자인적 통일감도 꾀할 수 있게 됐다니 일석이조겠군요.
Wall-E and EVE. 7분 1초.
월-E와 이브를 만들며 고려한 요소들을 다루고 있습니다.
월-E의 경우는 폭탄 제거 로봇 같은걸 빌려 그 움직임을 관찰한 뒤 애니메이션 제작시 반영했다고 하는군요.
자신들이 생각한 것과 달리 움직임이 상당히 둔해서 놀라기도 했다고.
이 외에도 대사가 거의 없다시피 한 작품의 특성 때문에 로봇의 표정이라던가 기계음, 행동 같은걸로 감정을 표현하고 이야기를 진행해나가는데
신경을 많이 썼다고 하더군요.
BnL Shorts. 9분 2초 분량. 총 네가지 영상이 있습니다.
...만, 그냥 보면 작중에 등장하는 초거대 기업인 'BnL(Buy and Large) [Pixar Wiki 바로가기]' 의 광고 영상을 가정해 만들어졌습니다.
근데 이 기업은 진출 안한 분야가 없는것 같던데 뭐하는 기업이지;
그 외에는 3D Set Fly-Throughs 라고,
작중에 등장하는 우주선의 몇몇 부분을 선택해 '이 부분은 이런 모습입니다' 를 살펴볼 수 있는 영상도 준비되어 있었습니다.
갑판을 선택하면 갑판을 구석구석 둘러보는 영상을 틀어주는 식.
이번 글은 여기까지.
작품 자체도 꽤 흥미로웠지만 영상특전쪽도 재밌군요. 발매 후 다시 재판된 모양이던데 지금이라도 구해둬서 참 다행이다 싶습니다.
이번주말은 일본행이니 다음 블루레이 감상은 11월 중순은 되어야 할 것 같군요.
아무튼 또 감상하면 글 적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