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 첫째날입니다.
눈오는 거리를 걸어 숙소에 체크인하고, 짐 챙겨서 다시 공연장 갔다가 숙소로 돌아오는 길에 슈퍼마켓을 들렀던게 이날 오후부터 저녁시간까지 한 일일까요.
지금 글 적고있는 원룸에서의 생활 거의 그대로였네요. 참 오묘한 하루였습니다.
-- 목 차 --
본문에는 나눠져 있지 않지만, 이동 편의상 타이틀에 어울리는 내용이 시작하는 부분으로 이동하실 수 있게 해 보았습니다.
누르시면 바로 이동합니다.
6. 숙소까지 가는 길
7. 에어비엔비 숙소에서
8. 공연장으로 돌아가서
9. 맥스밸류 이마이케점
10. 숙소로 돌아와서
오후 3시쯤 숙소에 들어가야지- 하고 마음먹고 있었는데, 마침 2시 50분 조금 넘은 시간이었습니다.
사진에는 잘 안나왔지만, 여전히 우산을 쓰지 않기에는 많은 수준의 얼음 알갱이가 쏟아지고 있던 덕분에
한손에는 캐리어 끌고 다른 한손에는 우산/폰/카메라를 번갈아 들며 거리를 걸었습니다.
아마 이때, 눈 오는 날씨에 대해서 제일 투덜거린것 같네요(....)
한참 걸어가고 있으니 보이던 골목길의 까마귀.
누가 감자칩 스넥을 통 채로 흘리고 간것 같던데, 까마귀 두세마리 정도가 모여서 좋다고 쪼아 먹고 있더군요.
통 안에 들어있는것까지 밀쳐가며 비오는날의 만찬을 즐기고 있었습니다.
일본에 오면 어딜 가나 까마귀의 모습이나 소리는 꼭 한번씩 보고 듣는것 같군요. 평범하게 우리나라의 비둘기 위치인건지.
숙소로 걸어가던중 만난 맥스밸류 이마이케점(マックスバリュ今池店).
일본의 대형 유통그룹 중 하나인 이온 계열의 슈퍼마켓입니다. 우리나라로 보면 이마트 에브리데이 정도일까요.
이렇게 공연장서 숙소 가는 길목에 있어준 덕분에 공연 끝나고 돌아갈때 여기서 저녁거리를 사갈 수 있었습니다.
여기는 글 후미에서 한번 더 들르니까 그때 조금 더 언급하겠습니다. 계속 걸어가 보죠.
숙소의 지도상 위치는 알고 있으니까 구글 지도를 열어놓고 표시해둔 숙소 위치를 보며 걸어왔는데,
주변에 무슨 공장 기숙사같이 생긴 건물도 있고(나중에 지도 찾아보니 초등학교;) 조그마한 구멍가게도 있고 못봤던 풍경은 많이 본것 같네요.
그렇다고 주변 풍경을 감상하듯 걸어오진 못했습니다. 날씨 덕분에 심적 여유가 잘 안생기더군요. 얼른 숙소 들어가 쉬고 싶다는 생각만 들었던 날이었습니다;
공교롭게도 숙소에서 나갈때는(숙소 -> 공연장) 눈이 안왔는데, 숙소로 돌아올 시간(공연장 -> 숙소 / 공연 전, 공연 후)이 되니 귀신같이 눈이 왔단 말이죠(...)
자, 아무튼 지도를 보니 별로 헤매진 않고 숙소 근처로 왔습니다. 아 드디어 몸 녹일 수 있다...
먼저 받은 집주인의 메시지를 토대로 열쇠 꺼내서 올라가 보니, 예약당시 사진에서 본 대로 평범한 원룸이더군요.
지금도 혼자 살고 있으니 일본까지 와서 이런 방에 머무니 뭔가 묘한 기분입니다. 안좋은 의미가 아니라, 여행왔다기 보다는 집에 돌아온 기분이 들었달까요.
그리고 살짝 방을 둘러보면서 찍은게 위 사진들이네요. 어쨌든 이번 공연을 위한 좋은 아지트가 되어줄 것 같습니다.
바깥을 좀 내다보면 이런 형태의 집이 많은것 같더군요.
건물 폭이 좁아서 영 특이해 보이는데, 실제 올라와보면 그럭저럭 외형보다는 넓은 공간이 맞이하는 느낌의?
그리고 주변이 엄청 조용해서 좋았습니다.
얼마나 조용했냐면, '이런 동네에서 고독사하면 반년은 뒤에 발견될것 같군' 하는 뻘생각이 들 정도로 적막했지요.
하다못해 잡다한 소리가 많이 줄어드는 밤 늦은 시간엔, 80M쯤 떨어져 있는 근처 이면도로 차 지나다니는 소리가 건물 바로 앞을 지나가는것처럼 들립니다.
그렇다고 수면에 방해가 될 정도는 아니었는데(메인 도로는 아니었습니다) 진짜 무서울 정도로 조용하더군요.
물론 인기척이 아예 없었던건 아닙니다.
공연 끝나고 들어와서 새벽 1시 정도까지 이것저것 정리하고 있자니, 자정 좀 넘어서였나 윗집에 사람이 들어오더군요.
아무튼 오묘한 공간이었습니다. 월세 얼마정도 할까요 이런 방은?
방에 들어와서 우선해 한 일은 짐을 풀고 냉난방기를 난방모드로 켠 다음 전자기기를 충전하는 일이었습니다.
항상 충전기 1개(USB 포트가 한개밖에 없는) 정도 가지고 다녔지만 이날은 USB 전원을 사용하는 기기가 많아서(블루투스 스피커도 있었습니다) 포트 5개짜리 Anker충전기를 가져왔는데, 아주 큰 활약을 해줬습니다.
위와 같이 충전이 급한 기기를 전부 연결해도 다들 충분한 출력으로 충전되어준단 말이죠.
공연장에 다시 돌아가기까지 한시간 조금 남은 시간을 아주 충분하게 써줬습니다.
이렇게 기기 충전되는 동안엔 구입해온 굿즈 사진도 미리 찍어두고, 가방에서 필요한 물건도 꺼내두고, 공연장에 가져갈 토트백에 물건도 담고, 공연장으로 갈때의 옷도 고민하고 그랬습니다.
얼굴의 기름을 씻어내기도 하고 그랬더니 한시간 금방 가더군요. 잠깐 집을 비우니 히터와 충전기를 끄고 다시 공연장으로 향합니다.
공연장으로 움직인건 약간의 여유를 가지고 오후 4시 15분쯤.
공연장까지 도보로 10분 조금 더 걸리고, 입장은 오후 4시 45분부터였습니다. 뭐든 여유로운게 최고죠.
그 사이 잠깐 눈이 그쳐서 아주 반갑고 편하게 걸어갔던 기억도 납니다. 바람이 좀 세게 불긴 했지만;
4시 30분쯤 공연장에 도착하니 역시 사람들로 북적입니다. 스탭분들도 입장을 준비하고 계셨고.
이후에는 예정대로 입장과 공연이 시작됐고, 생각보다 공연시간도 조금 짧았던지라 금방 끝나버리더군요.
오오하시 아야카 원맨 라이브투어 「OVERSTEP!!」 나고야 공연 다녀왔습니다 by me
자세한 이야기는 위의 글 1, 2번을 봐 주시기 바랍니다.
자꾸 다른 글로 유도해서 죄송하지만, 공연쪽 이야기는 저 글에서 상세히 다뤘기에 겹치는 이야기를 최대한 배제하려는 조치입니다. 이해해 주시길.
먼저 공연 입장 전 모습에 이은 공연 끝난 뒤 공연장 앞 모습.
당시 공연 끝나고 든 생각을 이렇게 갑자기 넘어오는 사진의 변화에서 조금이나마 느껴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아무튼 공연 끝나고 사는걸 잊었던 굿즈 조금 더 사서 공연장 밖으로 완전히 빠져나와 찍은 한컷.
공연장 앞이 지하철 출구여서 사람들이 오래 머물기 힘든 위치였고, 제가 라이브하우스를 빠져나온것 자체도 사람들이 70% 넘게 빠졌을 무렵이었기에
이렇게 굿즈까지 좀 사가지고 나오니 공연장 앞에는 사람이 거의 없었습니다.
공연장 앞이 썰렁하니 뭔가 마음도 휑 하네요.
공연도 끝났고, 사람들도 다 돌아갔고, 나도 이틀 뒤면 출근이고.
공연 끝나고 숙소 혹은 다음 일정 장소로 이동할때면 참 여러가지 생각이 듭니다. 공연 시간이 생각보다 짧아서인지 이날은 이런 잡생각이 더 나더군요.
그리고 딱히 강조하는건 아니지만, 이날은 공연 관람과 관련된 일 이외의 일정은 하나도 넣지 않았습니다.
마침 공연장에서 돌아가는 길도 약하게 얼음 알갱이가 떨어지고 있던 상황이라, 날씨 때문에라도 이건 잘했다고 생각하고 있구요.
물론 날씨를 고려하지 않고 짠 일정이긴 한데(최소한 일정 확정하는 시점에서는 눈 예보를 보지 못했으니까) 결과적으론 혜안(?)이 되어버린 느낌도 듭니다.
아무튼 위 사진은 숙소로 돌아가기 위해 횡단보도 신호 기다리다 찍은 사거리 모습.
하루종일 눈이 내리던 날씨라 밤 공기도 찼습니다. 거기다 은근 바람도 많이 불어서 작은 3단우산이 많이 무의미하더군요.
추워 추워를 중얼거리며 종종걸음으로 이동한 곳은 아까 숙소 체크인 하러 가면서도 살짝 언급한 슈퍼마켓, 맥스밸류 이마이케점(マックスバリュ今池店, 점포안내 바로가기).
그러고보면 현지에서 이온 그룹의 슈퍼마켓이라는 사실은 계산 다 하고 영수증 가장 위에 찍힌 '이온' 마크를 보고 알았군요. 이쯤되면 슬슬 이온 포인트 카드를 만들어야 하는게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듭니다;
아무튼 저도 평소 이마트 쇼핑하듯이 육류 코너와 즉석식품 코너, 과자 진열대 같은 곳을 둘러보며 먹을것들을 구입했습니다.
매장 내부 사진은 없는데, 과일을 손질해서 담아놓은 상품도 있고 확실히 일본이 혼자사는 사람들용 소포장은 잘 되어있는 인상입니다.
항상 보기만 했던 '1인용 구이 고기'도 구입해서 이날 구워먹었는데, 우리나라도 1인 가구가 늘어나는 만큼 이런 소포장 식재료를 많이 팔아줬으면 좋겠다 싶더군요.
그렇게 매장을 한바퀴 돌고 나니 15분 정도 지났습니다. 계산하고 나와서 찍은게 위 사진.
저때가 저녁 8시를 조금 넘긴 시간이었습니다.
그리고 분명 15분 전까지만 해도 사진에 흔적도 없을만큼 조금씩 오던 눈이 다시 기세좋게 바뀌더군요.
방으로 돌아가는 길이었으니 망정이지 이러고 다음 일정이 있었으면...;
얼른 들어갑시다.
아까 맥스밸류에서는 이런걸 샀습니다.
귀국하고 먹을 과자도 좀 샀더니 구입품을 전부 합하면 1,750엔 정도였는데, 위 사진의 음식들만 합하면 1,190엔 정도 되겠네요.
도시락이 50% 할인해서 214엔, 돼지고기가 383엔, 믹스 후르츠가 429엔, 초밥이 50% 할인해서 160엔.
집에서도 곧잘 저녁 정도는 편의점 도시락을 먹기도 하고, 할인마트 타임 세일도 곧잘 탔던지라 여행 와서도 이러니 묘한 기분입니다.
물론 안좋은 의미가 아니라, 마치 내 생활이 해외까지 와서 연장된다는 느낌? 같은걸 받은거지요.
이후엔 방에 있던 전자레인지와 프라이팬을 사용해서 간단하게 저녁밥을 해결했습니다.
그러고보면 공연장에서 길 건너 조금만 내려가면 식당가가 있는듯 했습니다만, 공연 끝나고 방에서 정리하고 싶은것도 있고 이렇게 간단히(?) 먹었는데
결과적으론 날씨가 굉장히 번거로웠던지라 좋은 선택이었다는 생각을 합니다.
다만 일본은 온돌방식의 난방이 아니기 때문에 전체적으로 방안 공기가 굉장히 찼지요.
방에 노트북 작업 전용 공간이 있었으니(좌식 책상에 방석도 있었음) 하려던 작업 자체는 편하게 했는데, 공기가 차갑다 보니 도시락이랑 구운 고기들이 금방 식더군요;
냉난방기 난방을 켜긴 했지만 그 작은걸로 비교적 큰 방안을 데우려니 무리있다는 느낌은 받았습니다. 이날 나고야의 최저기온도 영하였구요.
그래도 평소에 난방 온도를 올리기보단 옷을 조금 더 챙겨입는 편이라, 그 때의 옷을 그대로 가져온 이번 여정에서 최소한 잠자리는 춥지 않았었네요.
방안 공기는 찼는데, 몸까지 차갑진 않았다는 느낌이랄까.
아, 여담이지만 전 혼자 살면서 집에서 요리를 하지는 않습니다.
준비시간과 뒷정리 시간이 아까워서인데, 이날 간만에 고기를 구워먹으니 그거 설거지 하는게 그렇게 귀찮을수가 없더군요(....)
물론 씻어 놓긴 했습니다만, 정말 귀찮았습니다. 다음부터는 아무리 주방용품을 쓰고 싶어도 제 귀차니즘은 고려를 해야겠더군요.
적당히 먹을만큼 먹었으니, 이렇게 키보드도 좀 두드립니다.
여행 와서 일하는 기분도 들지만, 일단 일은 아..니죠?
뭔가 의무감으로 한다기보단 '시간 좀 남는데 이런 작업을 우겨넣어 봐야겠다' 하고 시간을 내놓고 하는 일이 이런거.
사실 온전히 이렇게 노트북 키보드 두드리는 일만 하진 않고, 중간에는 가져간 블루투스 스피커를 연결해 라디오도 듣고, 현지에서 애니메이션 생방송도 보고 그럽니다.
맥북이 좀 무거운 편이다 보니 가져갈때는 의외로 큰 각오가 필요해서 하려는 일은 제대로 하려고 하고 있지만 이런 환경이면 어쩔 수 없이 집쪽 습관이 나올수밖에 없네요;
그렇게 '이젠 자야겠다' 싶어 맥북을 끄니 밤 12시 50분이었습니다.
불 끄고 누웠더니 12시 55분이길래 새벽 1시부터 시작하는 웹 라디오 애드립(あどりぶ, 방송 홈페이지)도 듣고 자고.
녹음 방송이라 이날 공연 이야기를 바로 하진 않습니다만, 항상 토요일 새벽 1시(일요일로 넘어가는) 라 생방송을 못들었던지라 이렇게 기회 되면 듣고 자려는 편이네요.
아무튼 벌써 하루밖에 안남았지만 내일 일정도 오전부터 있으니 자야겠지요. 안녕히 주무세요.
이번 글은 여기까지.
여행 계획 짜는데 일본 기상청 일기예보는 참고합니다만, 이렇게까지 기세좋게 눈이 올 생각은 못했던지라 이날은 본의 아니게 안도한 것도 같습니다.
다음날에 있었던 일도 천천히 정리해보지요. 아마 며칠 뒤가 될것 같습니다만.
그럼 다음 글에서 뵙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