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아가야 하는 날이 오고 말았습니다.
사실 일본 가면 길어도 3일 정도면 돌아오게끔 여정이 정해질 수 밖에 없어서(연차 등등의 문제로) 아무리 여유로워도 공연 다음날이면 귀국해야 되긴 합니다.
물론 공연도 재밌었지만요. 공연이 재밌으면 현실로 돌아오기가 더 힘든 법입니다?
이날은 공항가기 직전까지 한 일을 적을 생각입니다.
오전에 요코하마 선착장 쪽을 산책하며 시간을 보내다가, 토요사키 아키(豊崎愛生)의 14번째 싱글 CD 자켓을 촬영한 요코하마의 카페 '모델' 이라는 곳에 들렀었네요.
지인분 추천으로 처음 '성지순례' 비슷한걸 해보게 되었는데, 이런것도 재밌네요.
CD 자켓 촬영한 곳을 다녀왔을 뿐인데 성지순례 같은게 될지는 모르겠지만 일단 그건 넘어가죠.
-- 목 차 --
본문에는 나눠져 있지 않지만, 이동 편의상 타이틀에 어울리는 내용이 시작하는 부분으로 이동하실 수 있게 해 보았습니다.
누르시면 바로 이동합니다.
15. 오전의 호텔에서
16. 요코하마 산책(해안)
17. 요코하마 산책(시내)
18. 토요사키 아키 CD 자켓 촬영지 - 카페 모델
알람은 분명 아침 8시 반쯤 맞췄을텐데, 월요일 아니랄까봐 새벽 6시 반 정도에 눈이 떠지더군요.
예, 평소 이시간 즈음(원래는 오전 7시 정도) 출근준비를 위해 일어나곤 합니다.
베개 높이도 안맞아서 자기 전부터 살짝 불안하던 참이니 그 이유도 있었을것 같지만, 이날이 월요일이었게 더 컸을것 같네요.
뭔가 눈을 뜨고 시계를 보자 마자 '아 오늘 월요일이지...' 싶었던게, 새삼 이런건 몸에 강하게 남나 봅니다. 평소 피곤하면 알람도 무시하고 자는 주제에(?)
좀 더 자보려고 했지만 마음같지 않아서 적당히 일어나 찍은게 위 사진입니다.
예보대로 흐려있더군요. 그래도 비예보는 없었으니까 공항 갈때까지 날씨의 의미로 불안하진 않겠지요.
이후엔 간단히 씻고 오전 9시쯤 조식을 먹으러 내려왔습니다. 레스토랑이 9층이긴 한데, 제가 18층에 묵었으니 내려온건 맞지요.
1,550엔 상당의 조식이었는데, 확실히 이런 곳은 메뉴가 상대적으로 풍성하네요. 덕분에 제가 약한 아침배를 고려해 음식을 가려 와도 나름 배가 찰 정도가 됩니다.
그러고보니 제가 앉은 방향으로는 사진처럼 잘 지어지고 있는 고층빌딩의 모습이 보였지만, 다른 면이 보이는 레스토랑 좌석도 있었습니다.
음식들이랑 너무 멀리 떨어지는것 같아서 & 여기가 탁 트여 보여서 앉은거지만요.
생각해보면 전날 저녁에 차라리 여기를 왔으면 야경도 괜찮았을텐데 아쉽네요. 호텔 레스토랑들은 기본적으로 비싸다는 인식이 있어서 쉽게 발걸음이 미치질 않습니다.
밥먹고 돌아와서는 체크아웃 준비.
어제 '이렇게 넣어야지' 하고 머리만 굴리고 옆에 놓아둔 물건들을 싹 집어넣는 수준이었지만, 언제나처럼 '바로 공항 카운터로 갈 수 있게' 준비하는지라 시간은 조금 걸리네요.
일반적으로 팜플렛 같은 '젖으면 대책없는' 물건들은 따로 백팩 등에 넣고, 그렇지 않은 물건들만 캐리어에 담습니다.
음료 종류들은 캐리어의 구조를 고려해서 위치시키고, 빈 공간은 돌아가서 빨 옷이나 가져간 완충재로 채우고.
이게 다 과거에 두번 정도 캔 음료가 터져서 고생한 적이 있기 때문이지만요. 캐리어 내부 씻느라 시간 꽤 버렸던지라 자주 하고싶지 않습니다.
나가기 전에 어제 공연을 본 파시피코 요코하마 쪽을 한컷. 사진 가운데 관람차 왼쪽에 있는 건물입니다.
아침에야 근접샷 찍을 생각이 나다니 아쉽죠. 이쪽이면 전날 야경도 괜찮았을텐데.
역시 밤에 일본 KFC 같은걸 사온게 문제였습니다.
편하다고 너무 패스트푸드 의존하지 말아야 되는데 말이죠. 우리나라에서도 잘 안먹는데.
오전 10시, 호텔 밖으로 나왔습니다.
날은 흐려있지만 일본 특유의 습도 때문에 그리 쾌적한 느낌은 아니었네요.
그리고 이 사진을 찍은 위치에서 오전을 어떻게 보낼까 잠깐 고민합니다.
할일 생각이 안나서 일단 요코하마 산책 일정을 넣었는데, 이것만 하고 공항 가기엔 아쉽다 싶었단 말입니다.
그러던 차에 지인분이 소개해 주셨던 카페 생각이 났지요. 잠깐 정리가 끝나고 다시 길을 걷습니다.
어제 실수로 잘못 건넜던 다리를 다시 건너게 되겠네요. 처음에는 잘못 건넜지만 이번엔 제대로 알고서.
그건 그렇고, 다리 주변에 쓰레기가 꽤 떠있는게 살짝 의외였네요.
날이 덜 더워서 그런가 전날만큼 냄새는 안났는데, 아무래도 사람 많이 다니는 곳이라 쓰레기는 어쩔 수 없나 봅니다.
그렇게 도착한건 월드 포터즈(横浜ワールドポーターズ, 공식 홈페이지)라는 쇼핑몰.
여기를 지나는게 해안가에 있는 국제선 여객터미널쪽으로 나가기 쉽기도 해서 겸사겸사.
도착 당시가 오전 10시 30분이었는데, 느긋하게 건물 들어가니 막 셔터가 올라가더군요.
얼떨결에 입장 손님이 됐지만 사실 여기서 제가 할 일은 없었어서(...) 그냥 무슨 가게가 있나 돌아다니다 건물 뒤쪽으로 나갈 길 찾는데 바빴던 기억만 있습니다.
아, 열도 식힐겸 리듬게임 세 판 정도 했던가 그랬네요. 좋은 시간떼우기 수단.
아, LINE PAY 카드에 남은 현금 일부를 충전하기도 했습니다.
아무래도 일본 편의점, 그것도 패밀리마트를 통한 충전을 사용할 수 밖에 없어서(본인인증을 받지 못함) 이렇게 눈에 보일때 해야죠. 기억상 하네다 공항에서 패밀리마트를 본적도 없고.
이 LINE PAY카드는 제가 가지고 있는 신한 JCB가 먹히지 않는 곳에서도 결제가 가능해서, 잔액을 1만엔 안밖으로 유지하고 있습니다.
이제 충전금액이 다시 1만엔이 됐지요.
그리고 건물 안 주차장을 따라 건물 뒤쪽으로 빠져나와, 이렇게 바다가 보이는 곳으로 걷고 있습니다.
원래는 국제선 여객터미널 정도는 가야지, 싶었는데.. 의외로 거리가 멀더군요.
적당히 중간쯤 되는 곳으로 목적지를 돌려 걸었습니다.
하하 어딘가로 가고 있지만 어디로 가는지 잘 모르겠네요.
저기 뭔가 빨간 건물이 보긴 하는데... 이런 해안가면 버려진 창고인가?
..하고 다가와보니, 의외로 쇼핑몰이었습니다.
전에는 정말 창고로 썼던 모양이지만, 그걸 쇼핑몰로 만든것 같더군요. 아카렌가 창고(横浜赤レンガ倉庫, 공식 홈페이지) 라던.
개인적으론 그것보다, 사진에도 보이지만 바닥의 돌 타일이 성가셨던 기억이 있습니다.
하긴 여기서 캐리어 끌고다니는 불쌍한 사람은 별로 없겠죠.
지옥의 돌 타일 구역을 벗어나니 저 멀리 여객선 터미널(横浜港大さん橋国際客船ターミナル)이 보이네요.
도착한 당시에도 가까운 시간 안에 출발하는 여객선의 티켓이 남았다는 안내방송이 나오고 있었습니다.
건물 바깥까지 들리게 방송하더군요.
그리고 이 주변에서 잠시 시간을 보냈습니다.
그래봤자 한 것이라곤 열 식힌다고 앉아서 뉴스기사 읽는 정도였지만; 일요일만큼은 아니어도 바람이 잘 불어서 좋더군요.
여기까지 대충 20분 정도는 걸었을테니 더울법도 하죠. 낮기온 26도 정도에 흐렸지만 습한 곳이니.
열이 식었다 싶은 시점에서 일어나 다음 목적지로 향했습니다. 체감상 15분 정도 있었나?
뭐 나쁘진 않았는데, 첫날 옆쪽 구역을 걸을 때 해안가에서 냄새났던게 생각이 나서 그리 오래 있자는 생각은 안들었네요. 비록 이날 여기서는 냄새로 고통받지 않았더라도.
다음에 오게 되면 여기서 야경 정도 구경하거나 그러겠지요.
먼저 언급한 토요사키 아키의 자켓 사진 촬영지, 카페 '모델' 이라는 곳으로 이동하게 됩니다. 경로는 위와 같네요.
갈 길을 찾아보니, 어디서 타는지도 명확치 않은 버스 노선이나, 한참 걸어가서 의미가 있나 싶은 지하철 타는것보단 차라리 걸어가는게 낫겠더군요.
그래서 망설임 없이 걸어가기로 하고 움직였습니다. 다행히 바람도 잘 불어줬고.
사실 덜 걷고 싶어서 처음엔 찾은 버스노선을 이용하려고 버스 정류장을 찾아봤습니다.
하지만 정류장 위치도 명확치 않고, 내려서도 꽤 걸어야 하니 별로 좋게 보이질 않더군요. 어차피 이 주변은 처음 와서 볼거리도 많을것 같았겠다 겸사겸사 걷기 시작.
저 멀리 보이는 국제 여객선 터미널에 다시 올 일이 있을까요.
여기서 배를 타게 될 일은 없을것 같지만, 야경 정도는 보러 올일이 있을것 같은데... 글쎄요, 또 살다보면 모르는 일이죠.
조금 걸으니 금새 요코하마 시내로 들어왔습니다.
제가 걷던 경로의 이 거리가 전부 은행, 관공서 뿐이라 좀 신선했던 기억이 납니다. 걷던 당시에도 뭔가 딱딱한 분위기였는데, 지도를 보니 역시 그렇네요.
학교 점심시간 알림같은 차임벨이 울리며 사람들이 쏟아져 나오던 모습을 아직도 잊을수가 없네요. 그게 위 합동청사였던걸로 기억.
아, 참 당시는 정오라서 점심시간 이기는 했습니다. 하지만 역시 차임벨의 임펙트가... 중고등학교도 아니고;
조금 더 내려 걷다 보니 요코하마 스타디움(横浜スタジアム)도 나옵니다.
이게 여기 있는지 알고 간게 아니라서 걷다가 줄이 길게 있어서 뭔 일인가 싶었는데, 저 멀리 보이는게 티켓 부스요 조금 더 걸으니 본 건물이 나오더군요.
야구는 ㅇ자도 모르니까 왠지 올일은 없을것 같습니다만, 그래서 더 반가웠던것 같기도 하고.
이런저런 풍경들을 흥미롭게 보다 보니 슬슬 목적지에 가까워져 오는것 같습니다.
카페가 네기시선 이시카와쵸역(石川町駅) 근처에 있었는데 그 표식이 눈에 들어온거죠.
그리고 그 골목을 조금 더 걸으니,
카페 모델(純喫茶モデル) 이 보입니다. 저 멀리서부터 코카콜라 마크 아래 간판이 보이니 묘한 기분이더군요.
왔구나.
우리나라의 다방 느낌이 나던, 꽤 고풍스러운 실내의 가게였습니다. 먼저도 언급했지만 토요사키 아키의 14번째 싱글 CD자켓을 찍은 곳이기도 하구요.
위치는 이렇습니다.
구글 지도에는 오전 10시부터 오후 4시 30분까지만 영업한다고 되어있네요.
일단 들어가서 자리에 앉아 공항가기 전 마지막 간식을 주문했습니다.
위 메뉴는 케이크가 나오는 세트였는데, 빵과 약간의 과일(사과, 메론)이 함께 나오더군요. 400엔대(사실상 커피)의 음료와 함께 750엔.
일단 오래 걸어서 더우니까, 먹고 마시면서 고민에 빠졌습니다.
주문하고 잠깐 매장을 둘러보니 토요사키 아키 ㅌ자도 안보이고, 싱글 발매된지 2년 가까이 지난데다(2016.8.31에 발매된 싱글) 계획상 그리 오래 머물수는 없었다 보니.
그래도 이왕 온거, 답답해하며 떠나기보다는 물어라도 보는게 덜 찝찝할것 같아서 일단 이야기를 꺼내봤습니다.
주인 아주머니께서 평소 걸어두던 안내판들도 꺼내주시고 그랬네요. 잡지에 수록된 것을 스크랩해둔 형태였습니다.
이날(5/28)은 다른 엔카 가수의 촬영건 때문에 그쪽이 걸려있는데, 계속 입구 옆에 걸어두셨었다는 이야기라던가.. 나름 이런저런 대화가 오갔습니다.
걸려있는걸 찍는게 어떻겠냐고 권해주셔서 이렇게도 한컷.
당시에는 크게 왔던 사람들이나 촬영당시 이야기 정도를 했었네요.
전날에도 대만쪽 사람이 와서 찾았다고 하던데, 2년 사이에 일본은 물론 타 국가 팬들도 꽤 왔었다는 모양입니다. 타이완이나 캐나다 사람까지.
의외라고는 생각 안했지만, 발매된지 2년이 지나서도 이렇게 사람들이 오고 있을거라고는 살짝 생각 못했네요. 하긴 그랬으니 계속 입구쪽에 걸어두셨겠죠.
아, 참 전화로 '토요사키 아키 팬이다' 라고 방문을 예약하면 자켓 촬영당시 사용했던 방향의 자리 전체를 예약석 처리해 주신다는 이야기도 해주셨습니다.
뭔가 카페는 예약한다는 인식이 없어서 생각 못했는데, 초기부터 이런 요구들이 있어서 배려들을 해주시는 모양이더군요.
글 처음에도 언급했지만 이른바 '성지순례'를 한건 이번이 처음이었는데, 이런 경험도 굉장히 재밌네요.
그리고 이런 기회가 있을때 마다, 적은 폭의 아는 단어로 할 말을 고르는데 큰 고생을 하게 됩니다.
단어공부좀 해야죠. 무슨 정치인 공약처럼 계속 이루지 못하고 있지만(...)
방향은 다르지만, 카페의 자리가 이런 모습인데,
출처: 豊崎愛生 8/31リリース「walk on Believer♪」 from Sphere Portal Square
자켓 사진 안에 저렇게 자연스레 녹아 있습니다. 왼쪽 아래 초회생산한정판쪽 말이죠.
말할까 말까 망설였는데 참 잘했다 싶더군요. 비슷한 말을 주인 아주머니께도 전해드렸습니다.
이날은 자리가 차 있었으니 기회 되면 또 오겠다는 이야기도 해두고.
뭐 요코하마 정도는 이번처럼 공항가기 전 정도에 올수도 있겠죠, 아마도. 전날 여행기에서 야경 보고싶단 이야기도 했었고.
알 수 없는 개운한 기분을 가지고 공항으로 가기 위해 역으로 움직였습니다.
이제 진짜 집에 가네요. 하
이번 글은 여기까지.
여행기도 슬슬 끝이 보이네요. 그럼 곧 다음 글에서 뵙겠습니다.